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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 Jun 02. 2024

장미의 바이섹슈얼(bisexual) - 3

이혼하면 어때 #32

그쪽에서 유명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얘길 왜 미리 했는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길거리를 같이 다닐 때면 특정 여성들이 힐끔 거리며 쳐다보는 일이 잦았는데 그녀들은 이 애를 정말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쟤 걔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왜 남자랑 같이 있지. 아닌가?"


다 들린다. 이것들아.


"신경쓰지마."

그녀가 말했다. 신기하기도 해서 물었다.

"서로 본 적이 있는거야? 어떻게 알아보지?"

"본 적은 없어. 다만, 이 쪽 애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이 쪽인지 알아. 나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도통 외모를 보고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부.치.로 내가 이 동네 탑이야."

"부치? 그게 뭔데?"

"쉽게 말해 남자를 담당한다고."


레즈비언 커플은 남성역할인 부치와 여성 역할인 펨으로 나눠진다. 그녀에게 한참 설명을 들은 뒤에도 궁금증은 계속됐다.


"근데 네가 왜 유명해?"


아무리 살펴봐도 남성적인 무언가는 없었고, 오히려 여성성이 많이 드러나는 외모였다. 그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손가락."

"손가락?"


나는 어리둥절해 되물었지만 자세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자기 손가락이면 상대방이 다 죽는다나 뭐라나.

어느 날은 길거리를 걷던 중에 한 여자애가 앞을 막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야. 나는 허수아비냐고.


"잠깐 얘기 좀 해."


둘은 따로 길거리에 서서 알 수 없는 대화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전 애인이었다.

겉모습은 저쪽이 남자역할, 이쪽이 여자역할 같았는데... 외모로 역할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았다.


며칠 후, 우리 세 명이 식사를 했는데 그 옛 연인은 나에게 눈길 한번,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삼각관계인데 좀 이상하네.


***


새벽 3시. 한밤 중에 전화가 걸려온다.


"오빠아. 어디야?"

"아. 일 끝났어? 나 집이지."


잠에서 깬 나는 상황을 깨닫고.


"보고싶은데에."

"나 이따가 출근해야지. 언릉 집으로 가."


말려보지만 항상 막무가내인 그녀.


"보고싶다고오. 보고싶다고오오오오오. 으아아앙."

"휴우. 알았어. 씻고 나갈테니 조금 기다려."


술에 취하는 일이 잦았고 시간에 관계없이 나를 찾았다. 일반 직장인이었던 나는 도저히 그 패턴을 맞출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결별을 고했다.


***


엉덩이에서 다리로 내려오는 빨간 장미가 기억나는 그녀.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독특한 감성이 그녀에게 문학적인 재능을 주었을까?

마찬가지로 전처도 문학과 예술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글과 그림 그리고 다양한 악기 연주까지.


그녀들의 문학적 감성과 예술적 재능을 감탄하며, 나는 그녀들을 소중히 여겼다. 그녀들과 함께한 추억은 내 삶에서 소중한 기억 중 하나이다.

그리고 가끔 생각해 본다.

그녀들의 재능이 바이섹슈얼을 만들었는지,

잠재적인 바이섹슈얼이 재능을 만들었는지.

그녀들의 재능을 좋아해서 그녀들을 사랑했는지,

그녀들을 사랑해서 그녀들의 재능이 좋았는지.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졌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가끔 생각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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