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너를 위한다 하고 나를 위한 전리품으로 사용했다2

나의 상처가 사명이 되는 순간 feat 아들러(Alfred Adle)

by 선홍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뭔가요?

먼 훗날 누군가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 질문을 한다면 아마 엄마가 된 것이라고 말할 것 같아.

매일이 행복하진 못했더라도 두 딸의 엄마였기에 그보다 소중한 의미를 붙잡으며 나름 괜찮은 인간으로 살 수 있었다고 말이야.


1호 너를 처음 만나던 순간을 엄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만 하루를 진통한 끝에 너를 처음 만나던 순간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짧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어.

대신 엄마몸이 난도질당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너를 낳고 너의 동생인 2호를 2년 후에 낳은 걸 보면 인간은 뭐든 극복이 가능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어. 너희가 나중에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엄만 비추(非 추천)하지만, 단, 너희 같은 딸을 낳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완추(완전추천 학교에서 언니오빠들이 잘 쓰는 말이라. 엄마도 잘 써)한다.^^;


지금은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네가 여자 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 몰랐으니

그냥 너의 성이 될 홍에 사람이란 뜻의 자()를 붙여 홍자라는 태명으로 불렸을 때 네가 어떤 아이 일까가 참 궁금했어. 어떤 모습으로 내게 어떤 기쁨을 줄까. 건강하게 태어나면 참 좋겠다.

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네가 내게 오는 것 이상으로 엄마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놓는 일이더라고. 너와 내가 만들어갈 어떤 세상 자체 보다 그 세상을 바라보는 엄마가 온전히 바뀌어지는 일인 줄 그때 알았어.

마치 우리 은하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듯 엄마가 추구하는 세상도 너희가 사는 세상이 더욱 나아지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그 중심이 바뀌었거든. 그래서 엄만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이렇게 연약하고 작은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 엄마에게 주어진 미션인거지. 지구별에 떨어진 너희를 잘 보살피고 키울 것.


엄마는 원래 혼자인 게 좋은 사람이야. 혼자 밥 먹고 영화 보고 책도 보고 요즘 MBTI검사로 치면 극 I인 사람이지. 괜히 다른 사람 기분 신경 쓰며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말에 상처받을 필요도 없으니까 성악설을 믿는 편에 가까워. 뭐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인 건 엄마 스스로를 보면 아니까.

근데 이기적이라는 말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일이더라고.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말은 자기의 이익을 좇는 존재라는 거잖아? 근데 본인이 생각하는 이익이 말이야 본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얻는 감정도 본인에게 생기는 이익이거든 내가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의 증명이잖아. 내가 이사회에 쓸모 있는 존재라는 사실. 내 존재 자체가 긍정되는 순간인 것을 엄만 너희를 통해 알았어. 그래서 굳이 엄마가 다른 사람의 인정받으려고 어떤 사람임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거지. 엄마를 괴롭혔던 열등감이 이제는 괜찮은 사람이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임을 그때야 알았어. 엄마가 상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명이 되는 순간이었지. 근데 이걸 이미 오래전에 아들러(Alfred Adle)라는 심리학자는 얘기했더라고. 세상은 참 넓고 천재들은 많고 알건 많구나.


네가 태어나고 나의 사랑을 한없이 줘도 되는 그 누군가가 있어서 참 좋았어.

물론 14살이 된 너는 단칼에 No, Thanks 하지만.


너에게 처음 모유를 주던 순간, 부러질까 무서워 너의 팔도 잘 못 구부려 어설프게 옷을 갈아주던 순간,

처음 목욕을 시키던 순간, 목을 가누고 나의 눈을 보며 가만히 응시하던 순간,

엄마를 쫓아 기어 다니고,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서 나에게 걸어오던 순간순간들이 나에겐 너무나 기쁨이었단다. 너는 기억 못 할 순간들을 엄만 마음속 가득 사진으로 찍으며 행복했단다.

그렇게 너를 키우며 나는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가 너희를 낳지 않았더라면 엄만 여전히 남들과 비교하며 엄마가 더 가지지 못하고 성취해 내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살았을 것 같아. 하지만 너희를 낳고 엄만 용기가 생겼어. 비록 유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제의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 말이야. 그리고 나보다는 너희가 더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랐어. 근데 그게 과해지면 그것도 위험한 일이더라고. 사랑과 스토킹의 차이쯤이라 설명하면 이해가 되려나. 엄마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어. 너를 위한다고 했던 일들이 결국은 엄마의 욕심인 경우가 많았거든.


너희는 엄마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랐어.

나는 '아무리 해도 나는 안돼.'라는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랐어.

뭐를 해도 손쉽게 잘 해내는 친구들 있잖아. 타고났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친구들.

그리고 더 부러운 건 그런 애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한 믿음.

엄만 아무리 해도 안되던데 저 아이가 가진 저 마인드는 뭐지?

그리고 그런 애들이 성격까지 좋아서 뭐 딱히 험담도 못하겠는.


그래 그 차이는 지금이 아닌 어렸을 적부터 누적되어 온 경험 이겠구나.

관련 육아서적들을 많이 읽으며 어떻게 그런 아이를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좀 오만했지?


-만 한 살 ~ 만 일곱 살

네가 만으로 한 살 될 무렵부터였나.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지. 집에 있는 동화책들을 마구 읽어 줬어. 영어책, 한글책 영어로 된 비디오, 오디오 하루에 정해진 딱 시간은 없었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였던 것 같아.

넌 엄마와 교감하는 그 순간이 좋았는지 잘 따라와 주었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펼쳐 그림을 보았고, 그런 순간을 엄마는 잘 포착해 칭찬으로 너의 행동을 강화했지. 가르쳐 주지도 않은 한글을 어쩌다 읽고 쓰는 너를 보면 천재가 아닌가도 싶었어.^^;

엄마가 배운 교육 심리학에도 인간이 언어를 배우게 되는 과정을 여러 학자가 본인의 관점으로 주장했는데 엄마는 피아제의 관점에 가까워. 언어 발달이 독립적인 과정이 아니라 인간의 전반적인 인지 성장을 반영한다고 주장했거든. 인간은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언어 구조를 발달시킨다고 했어. 너의 인지가 발달하는 만큼 너의 표현도 정교해져 가는 과정을 엄만 몸소 체험했단다. 결국 언어는 네가 생각하는 인지수준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렇게 넌 어느 순간 만 7살 될 무렵 영어로 일상생활을 의사소통 하는 게 어렵지 않은 친구가 되어 있었어. 주변에서 너희가 영어로 대화하는 걸 보고 영어를 어떻게 가르쳤나고 묻는 부모들이 많아졌고, 동시에 나는 너희를 잘 키워낸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

고작 이제 초등학생 1학년이 영어로 소통 좀 할 줄 안다고 그게 마치 엄마의 트로피인 양 으스댄 거지.

어렸을 적부터 영어 유치원을 보내도 소용없고, 학원이다 뭐다 아무리 보내도 너희 만큼은 안 되는 구나를 깨닫는 순간이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창피해서 어디 숨고 싶다. 아직 갈길이 먼데 말이야.

물론 그때 엄마들과 엄마는 여전히 친해.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다행히 들키지 않았나 봐. 지금도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묻는 걸 보면 말이야. 엄마도 초보인데, 그래도 엄만 중학교 선생님이니까 아무래도 학교 현장을 잘 아는 편이지.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너희보다 너희가 하는 성과들을 가지고 너희를 옥죄려고 했던 게 말이야.

오늘 너의 생활은 어땠어? 뭘 느꼈어? 보다, 책 얼마큼 읽었니? 숙제는 했니?....


To be continued 8. 너를 위한다 하고 나를 위한 전리품으로 사용했다 3


P.S 아래의 세 학자는 언어 습득에 세 가지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언어가 보상과 강화 과정을 통해 습득된다고 주장하며, 촘스키의 내재주의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보편 문법을 지니고 있어 언어 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피아제의 상호작용 이론은 아이의 언어 능력이 인지 능력과 함께 발달하며, 외부 환경의 자극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세 가지 이론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언어 습득 과정 대한 이해 제공합니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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