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홍 Nov 03. 2024

1.국제학교 입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공립초 6년 14살 첫 토플 103점, 엄마 나 국제 학교 갈 거야

왼) 기숙사로 떠나는 날 아침.      오) 국제 학교 가기 전 1호 딸이  처음 본 토플 성적표                                             


그대로다. 국제 학교를 보내주세요~도 아니고

"나 국제 학교 갈 거야!"


집 근처 공립 초등학교를 6년간 잘 다니고 올해 중학교를 한 학기 다니다 8월 제주 국제 학교 기숙사로 첫째 1호는 떠났다.

(참고로 이 친구가 다니고 있는 제주에 있는 국제 학교 기숙사는 6학년부터 가능하다.)

2011년생인 첫째 딸 1호는 마치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걸 맡겼다가 가져가듯 우리에게 갈 거니까 준비해라는 통보를 했다. 뭐 이런 당당한 태도는 뭐지?(성격도 유전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다던데 뻔뻔함은 아빠를 닮은 것 같다. --; 하여튼 안 좋은 부분은 다 아빠 닮았더라..)


여기서 잠깐 우리 가족 소개 좀 해야겠다.

신랑: #18살에 만난2살 많은 오빠 #연애8년#ENFP #세미 알코올중독 #첫째랑 비슷 #사춘기딸은 힘들어  #코로나 #에크모 #한 달간 의도된수면마취 #죽다 다시 살아나 다시 알코올중독

첫째:(1호)#중1#사춘기 #동생 싫어 #모든 것이 짜증

둘째:(2호)#초5 #귀염둥이 # 언니 싫어 #해피 해피

   

나: 82년생 국공립 교사이다.

 2011년 63:1의 나름 치열한(?) 임용고시 경쟁률을 뚫고 교단에 섰으니,

 웬만한 중학생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에는 "자식 ~ 귀엽네!.” 하고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군대로 치면 이제 막 상병을 단 경력 좀 되는 교사다.

북한 군인들도 남조선 중학생들이 무서워서 남한을 못쳐들어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 아이들이힘들다고 하는데, 난 이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을때 행복한, 반은 꼰대 마인드 충만한 교육장 표창까지 받은 자칭(?) 괜찮은 교사이다. 이 친구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매일 업그레이드하며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삶이 일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딸은 어렵다.

이 아이가 본인의 친자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가르치다화가 나면 내 자식이라는데

확실히 1호 이 친구는 내 딸이 분명하다.

사춘기라는 무시무시한 놈은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1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고, 6학년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녀의 행동들은 꼰대 기질 충만한 우리 부부에겐 예의 없는 행동으로 비춰졌다. 사춘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용을 어디까지 해줘야 하고 이해해 줘야 하는지는 기나긴 대화 끝에서나 얻어졌다.


그런 첫째가 8월에 기숙사로 떠났다.


내가 근무하는 교무실은 3학년 교무실로 담임선생님 일곱분과 부장인 나 이렇게 총 8명이 함께 근무한다.

이분들 모두 3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서로 으쌰 으쌰 하며 학년부 일을 기획하고 의지도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가끔 의도치 않게 서로의 일상이 공유되기도 한다.

그중 이제 첫째 아이가 돌이 된 남자 선생님이 계시는데 어느 하루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 책상에서 졸고 계시는 모습을 보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밤새 잠을 안 자서 선생님도 같이 못 잔 모양이다. T,. T

그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셨다.

선생님 1: 부장님 혹시 질문하나 해도 돼요?

         나:  네~

선생님 1: 애들은 언제부터 혼자 자요?

며칠째 열이 계속 나는데 괜찮은 건가요?

부장님 첫째는 국제 학교 갔는데 영어는 어떻게 시키셨나요?..

 여러 질문을 종종 하신다. 하지만 정말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건 집에 가면 화나있는 듯한 아내를 보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비싸 보이는 영어교재들을 사려고 하는데 과연 이게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순간, 1호 어렸을 적 매사 짜증나고 힘들어했던 내가 떠올랐다.

감당이 안 되는 체력으로 이게 맞는지 고군분투하다 불안하고, 욕심이 앞서 애를 잡고 방황하다 죄책감으로 마무리되던 지난날 말이다.


매일 나를 쫓아다니며 심지어 화장실조차도 맘대로 혼자 갈 수 없게 하던 너.

새벽만 되면 울던 너를 달래다 지쳐 잠이 들고, 바닥에만 내려놓으면 세상 떠내려가라 우는 통에 하루 종일 너를 안고 있어야 할 때, 어떨때는 이제 겨우 재운 동생을 깨웠다고 너에게 불같이 화내기도 하고 (그때 겨우 넌 고작 3살이었는데....) 너의 소중함을 잊고 현재가 힘들어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던 너.

미안해 그땐 마치 그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옥만 같았어.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이렇게 커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기숙사로 향하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한없이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뭘까.

네가 나에게서 떨어져 본인의 인생을 꾸리겠다고 나서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구나...

그시간들이 영원할 줄만 알아서 소중함을 몰랐어.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널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사랑만 줄걸,,,,,


그때의 나에게,

나처럼 고민하는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내 지난날 삶을 복기해 알려 주고 싶었다.

부디 시행착오를 덜 겪고 죄책감에서 해방되어 현재를충실히 살기를..

힘내라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