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맛] 부모님이 떠오르는 그 맛, 팥칼국수.
가을 무렵부터 한참 추운 겨울의 맛이랄까?
나에게도 선명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 추억이 서려있는 그런 음식이다.
우리집에 대한 기억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
우리부모님은 형편에 의해 조금 더 잘 살고 자녀를 조금 더 가르쳐고자했던
마음으로 대략 25년 전 쯤부터 조그만 가게를 하고 계신다.
정확히 엄마는 나의 초등저학년 시절에는 장사를 하지 않으셨고,
장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그 전에 해주었던 다양한 음식들은 추억 속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가끔 엄마나 언니가 해준적은 있었지만 그 때 그맛은 아니었다.
그랬던 추억 속의 맛 중 하나였던 팥칼국수를
만드는 과정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팥을 하루 정도 가까이를 불리고,
불린 팥을 삶아 푹퍼지도록 만들어 채에 걸러내고,
한참의 시간을 하고 또 하여 팥죽국물을 만들어냈다.
칼국수 역시도, 엄마와 아빠의 합동작업으로 직접 만들어넣어주셨다.
칼국수를 만들 때 쓰는 밀가루를 반죽하기 위해 치덕치덕.
반죽을 약간의 숙성을 걸쳐준비를 숙성이 끝날 무렵에 신문지 같은 넓은 종이를 바닥에 깔고
또 비닐을 위에 깔고서 넓적한 도마를 준비했다.
그때 하얀 밀가루를 도마위에 팍팍 뿌려 칼국수를 밀어주고
썩뚝썩뚝 도마의 특유의 나무소리를 내어가며 칼국수면을 직접 만들어내셨다.
경쾌한 칼국수면 뽑는 소리.
옆에서 구경을 하며 신이나있던 나.
재잘재잘 떠들며 그 맛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타했던 나.
이런 생각을 할 때면 그때 살던 집이 떠오른다.
방 2칸의 조그만 집에 굉장히 넓은 마당이 있었다.
굉장히 넓었던 마당 한켠에는 불을 땔 수 있는 아궁이가 자리잡고 있었고,
죽을 쑤거나 많은 양의 음식을 할 때면 종종 이용하곤 했다.
그래서 그 음식들이 더 맛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엄마와 아빠의 손맛과 정성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우리집에서 종종 들렸던 그런 맛있는 소리랄까?
그때 형편이 지금보다 좋진 않았지만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음식을 준비해서 집에서 음식을 다양하게 만들어주셨다.
이런 저런 떡들도 직접 만들어주셨고,
도구통이라고하는 절구에 고추를 직접 갈아서 김치를 만들어주셨고,
팥칼국수 같이 손칼국수를 해주시기도 하셨고,
내가 좋아하던 호박죽도 그 밖에 다른 죽들도 직접 쒀주셨던 그런 때였다.
물론 그때의 우리집이 가난하고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우리 부모님이 넉넉히 먹일 생각으로선택했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엄마에겐 한편으론 가난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시절이 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때 그 시절의 맛들이 종종 그립다.
엄마가 하교길에 집에가면 나를 맞이해주셨고,
나를 위해 주었던 감자나 고구마 삶은 것들을 꺼내주며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지만 지긋이 바라봐주었던 그 시절의 맛.
그래서일까?
여전히 난 칼국수면으로 만든 음식들을 즐겨하고
지금처럼 추워질 쯤 먹었던 팥칼국수가 떠오른다.
달달하고 칼국수면의 쫄깃함이 한껏 느껴지던 그 맛.
나의 고향의 맛이라기보다는
나의 부모님의 맛인 그 맛이 가끔 그리워진다.
특히 이렇게 추워질 무렵에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