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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퍼도 꾸준히 Jun 18. 2020

내 동생이 달라졌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2년 차 직장인인 내 동생.

그녀는 현재 회사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니라고 해봐야 

그저 하소연을 들어주고

몇 마디 위로나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것 밖에는

해줄 것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제도 동생은 한참 카톡에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녀에게

시간이 약이라는,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는 

기약 없는 위로만 한가득 해 주었다.


그날 저녁, 

동생에게서 다시 카톡이 왔다.

퇴근이 늦었던 건지, 

집에 와서도 회사일에 골머리가 아픈 건지,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카톡을 열었다.


플라스틱을 아끼려고 반찬도 거절했지만 친절이 가득 담긴 랩에 꽁꽁싸인 냄비와 반찬들


"플라스틱 아끼려고 통 들고 간다고 했는데 받아보니 이러네."


잠시 잊고 있었다.

동생은 고마운 나의 '브런치 독자님'이시다.

동생과 만나서 제로웨이스트니 미니멀을 강요한 적이 없지만,

그녀는 저리 예쁘게 변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2년간 제공하는 오피스텔에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정말?) 있는 동생.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거나 시켜먹는다.


오늘은 플라스틱을 아껴볼 마음이 들었단다.


용기를 내어 통을 들고 가겠다 전화를 하고

가게에 냄비를 드렸더니

혹여나 흐를까 걱정하시는 마음에

냄비에 랩을 칭칭, 맛난 반찬과 밥도 플라스틱에 담고,

비닐로 다시 꽁꽁 싸서 주시더란다.

서비스로 넣어준 사리들과 사탕 몇 알,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빛은 덤.


무용담을 늘어놓는 그녀에게 

다음에 또 가면 단골이라고 

더 좋아하실지도 모른다고 일러주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절반의 성공이 우울했던 그녀에게 

꽤 즐거운 이벤트가 되었던 모양이다.


요새 계속 힘들다는 카톡만 주고받던 우리는

오랜만에 뿌듯함을 나누는 대화를 했다.

작은 일이지만 실천하고 나면 

몹시도 뿌듯하고 스스로가 대견한 그 느낌을 

그녀도 십분 느꼈으리라.


적어도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에 있어서는

완벽함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작은 것 하나부터 꾸준히 실천해나갈

무수한 작심삼일이면 충분하다.


이번 주말,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소프넛 목욕재계 체험을 시켜볼 생각이다.

건조한 피부로 고생하는 그녀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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