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할인도 해주는 세상에 말입니다.
어느 날, 뒤늦은 소식을 들었다.
맥도날드가 커피 맛집이라는 얘기다.
분명 그곳의 아메리카노는 내 입에 사약과 다름이 없었다.
두어번, 그곳에서의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접하고는
맥카페를 이용하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나는 경험이 일천했을 뿐이다.
라테와 마키아또,
그리고 드립커피 혹은 프리미엄로스트(아메리카노가 아니라!)가
맥도날드의 베스트 메뉴란다.
이래서 사람은 많이 알아야 해.
오늘 아침, 텀블러를 들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그렇게 가기 싫은 출근길도,
다른 목적(주로 먹고싶은 음식^-------------^)을 앞에 두고 있으면
발걸음이 빨라지는 법.
오늘은 맥날 커피가 나를 움직였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 대신 나를 반기는
키오스크 앞으로 갔다.
키오스크에서 텀블러에 담을 커피를 주문할 수 있을 리 없을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일단 도전해보았다.
당연히 선택메뉴에 텀블러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키오스크를 한참 뒤지다가,
다른 주문을 처리하고 있던 직원에게 텀블러를 내밀었다.
"아이스라테 사려고 하는데,
텀블러에 담아주실 수 있으세요?"
직원은 친절하게 웃으며 텀블러를 받아주었다.
그러나 흔들리는 눈빛과 망설이는 손짓을 보니,
텀블러로 주문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게 확실했다.
내 텀블러는 커피머신 앞에서 멈칫멈칫
전진과 퇴보를 몇 차례 하고는
빈 채로 돌아왔다.
"텀블러 입구가 작아서 잘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안타까운 직원의 얼굴을 보자,
바쁜 직원을 괴롭힌 손님 같아 미안해졌다.
나는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그곳을 나왔다.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허비한 덕에
바로 옆 던킨에서 서둘러 라테를 샀다.
던킨에서는 텀블러 할인도 해주었다.
커피 체인점에서는 텀블러를 가져가면 할인을 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아마 맥도날드에서는 커피가 주가 아니다 보니
텀블러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던 모양이다.
오늘의 실패담을 제로 웨이스트 카페에 올렸다.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누군가는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텀블러에 사려면
이러이러한 메뉴를 골라보라고 팁을 주기도 했고,
누군가는 탄산은 텀블러에 잘 담아준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팁을 공유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들에게서 다시 한 번 용기를 얻는다.
다음에 맥도날드에 갔을 때에는
1. 텀블러에 대한 매뉴얼이 맥도날드 직원들에게 주어질 것.
2. 키오스크에도 텀블러에 담아 갈 수 있는 선택권을 줄 것.
두 가지 개선이 이루어져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