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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Oct 14. 2023

손절하셨나요?잘하셨습니다!

나이든 사람의 우정이란


스무 살에 만난 나의 귀했던 인연들이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보는 친구들이었다.왜냐하면 풀어놓을 썰들이 너무 많았다. 직장에서 나를 갈구는 상사, 말 안듣는 후배, 말귀 못알아듣는 동료..기타등등..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친구들을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한때는 진정한 친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냥 내 지루한 일상을 심심하지 않게 메워줄 사람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오는 길은 늘 뭔가 공허했고 시간낭비 같기도 했고, 채워지는 것 없이 탈탈 털리기만 한 기분이었기 때문.


그래서 모임날짜가 다가오면 나는 늘 참석할까? 말까?로 오랜 시간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 친구들의 손을 놓았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해선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어가면서 내가 이룬 것, 내가 가진 돈, 내가 힘들면 금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친구.. 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행태를 보니 더 이상 참을성이 없어지기도 했고, 난 그럴만한 친구는 아닌 것 같아서 그들 곁에 머무를 이유를 찾을 수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내가 배신감을 느낀 건, 내가 어떤 호의를 베풀었을 때를 그 친구가 기억하고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내게 되묻는 친구를 보며, 그리고 "아니 넌 어떻게 그렇게 오래전일을 다 기억하고 난리냐?"라고 해서 내가 어디에 숨으면 좋을지 모르겠는 대답을 해 준 친구를 통해  비로소 '아.. 여기서 그만하면 되겠구나!' 확신을 내리게 해 준 그날!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을 관계라는 사실을 분명 알 게 된 날이기도 하다.


내  생각은 내가 이렇게 했으니 상대방도 매우 고마워할 것이며 나처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거니.. 하는 매우 큰 착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마음씀의 크기가 상대의 기억 속에서는 없는 일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너와 내가 이렇게 서로 생각해 주는데?라는 건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 번쯤 상대와의 거리를 측정해 보는 건 짧은 인생 참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그 일을 계기로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불필요한 그 모임의 친구들을 손절했다.

나만의 친구가 아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난 그들에겐 무용지물이니 더 이상 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20년이란 시간이 하루아침에 날아갔지만, 그들이 내 삶에서 사라져서 불편한 건 모르겠다. 어쩌면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었던 관계는 아니었는지..


오늘은 바람이 내 마음속의 티끌만 한 먼지도 날려버릴 만큼 상쾌하게 분다.


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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