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겨울 밀어
한 촉을 잡고
긴 시간 겨울이 끝인 줄 알았는데
언덕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얼굴을 보니 반갑다
재두루미 머리에 깃을 치고 오르는 봄
개천에 이미 당도해 있는 봄을 목격한다
그대, 갯버들 벌써 흐드러지는데
이제야 겨울 지나 그대를 만난다
봄에게 미안하다. 이미 당도해 있는데
열이 오르고 기침으로 쿨럭이면서 긴 밤을 보냈지
외롭고 쓸쓸하게 깊이 병든 날에도
봄은 오는구나, 그대가 오는구나
숭고하게 오는 봄,
그대에게 미안하다
봄에게 미안하다
<마술상점> 시인수첩 여우난골 2021
계절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것을 잊을 만큼 아팠다. 이미 당도해 있는 화사한 봄을 보면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반기고 즐기지 못함을 미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