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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04. 2023

만첩 도화

김신영 시인

<만첩 도화>      

곧은 빗장 사이를 재우쳐 오는 꽃비

슬프고 쓸쓸한 사이를 신바람으로 밀어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복사꽃 잎잎이

하나같이 따뜻한 재봉틀을 굴린다


꽃이 오롯한 바느질인 줄 아는 사람마다

꽃비에 즐거운 이녁이 되어 까치발로 뛰어다니고

둥그런 꽃망울 이지러진 땅을 하나님처럼 박음질한다     


사람 가슴에 만첩 도화로 피어나는

심장을 두드리는 분홍빛깔 방망이질

급기야 만 겹 가슴, 반도에 두근거리는 소리 


슬픔을 매단 눈물이 하도 많아 상점마다

복사꽃이 마른땅을 적시고 있다  

   

심연이 보석처럼 고운 빛으로 물 드는 한겻  

사람들 모르게 제 눈물도 섞는 만첩 꽃방에

한바탕 춤사위, 꽃의 정인으로 내려앉는 중이다


쇠뜨기나 속새, 바랭이 풀떼기에도

내리는 결기 아린 꽃비를 작은 돌 가슴에 담는 것은 

한없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다

사방에 널려 있는 뚫린 가슴 때문이다


진즉 다 말하지 못하고, 한 글자를 적지 못하고

이제야 꽃물 빌어 고백하는 까닭이다


진줏빛 맑은 구슬이 하늘에서 웅성거리다

새끼손톱만큼 시침 선을 그은 까닭이다     


백만 계단이 넘도록 실비를 안고 

여울이 여울을 밀어 

은하까지 새겨지는 촘촘한 꽃 물질     


만 첩은 온 골목길을 빠짐없이 

돌아 돌아 나온다        


   시인수첩 신작시집 특집 2021년 봄호

국민일보신춘문예회 연간집 2021.5. 등


이 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 제주의 평화와 안녕을 기리고 있는 작품이다. 벚꽃보다 도화를 쓴 까닭은 도화는 왜색이 없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무릉도원의 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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