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만첩 도화>
곧은 빗장 사이를 재우쳐 오는 꽃비
슬프고 쓸쓸한 사이를 신바람으로 밀어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복사꽃 잎잎이
하나같이 따뜻한 재봉틀을 굴린다
꽃이 오롯한 바느질인 줄 아는 사람마다
꽃비에 즐거운 이녁이 되어 까치발로 뛰어다니고
둥그런 꽃망울 이지러진 땅을 하나님처럼 박음질한다
사람 가슴에 만첩 도화로 피어나는
심장을 두드리는 분홍빛깔 방망이질
급기야 만 겹 가슴, 반도에 두근거리는 소리
슬픔을 매단 눈물이 하도 많아 상점마다
복사꽃이 마른땅을 적시고 있다
심연이 보석처럼 고운 빛으로 물 드는 한겻
사람들 모르게 제 눈물도 섞는 만첩 꽃방에
한바탕 춤사위, 꽃의 정인으로 내려앉는 중이다
쇠뜨기나 속새, 바랭이 풀떼기에도
내리는 결기 아린 꽃비를 작은 돌 가슴에 담는 것은
한없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다
사방에 널려 있는 뚫린 가슴 때문이다
진즉 다 말하지 못하고, 한 글자를 적지 못하고
이제야 꽃물 빌어 고백하는 까닭이다
진줏빛 맑은 구슬이 하늘에서 웅성거리다
새끼손톱만큼 시침 선을 그은 까닭이다
백만 계단이 넘도록 실비를 안고
여울이 여울을 밀어
은하까지 새겨지는 촘촘한 꽃 물질
만 첩은 온 골목길을 빠짐없이
돌아 돌아 나온다
시인수첩 신작시집 특집 2021년 봄호
국민일보신춘문예회 연간집 2021.5. 등
이 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 제주의 평화와 안녕을 기리고 있는 작품이다. 벚꽃보다 도화를 쓴 까닭은 도화는 왜색이 없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무릉도원의 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