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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12. 2023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훨씬 아름답다. 서로의 작품을 나누고 만나서 토론하고 더 나은 자신을 향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멀리 마산창원시까지 날아갔다. 뉴스에서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날은 뜨겁고 기온은 37도까지 올라간다고 시끄러웠다. 오래된 차는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도 더웠다.

가다가 소나기를 3번이나 만났다. 내가 태어났다는 충주시를 지나 할아버지 고향인 문경을 지나 조상들의 고향인 선산을 지났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온도는 내려가지 않았다.


하루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시간이 흘러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면면을 보니 벌써 시를 여러 해 쓰면서 문학을 만나고 인생을 만난 사람들이다. 농후한 대화를 하면서 한마디를 하면 그 한마디를 알아듣는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들의 작품은 이미 초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금만 방향을 잡아 준다면 승승장구할 것들이었다. 합평을 하면서 '만신창이'를 대신할 단어를 주문하니 '좀비'가 등장하였다. 좀비를 대체하자 시가 갑자기 반짝반짝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에 딱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 것처럼 기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무당이 신내려 황홀하듯이 우리는 시어가 내려온 그 시간에 우주를 만나는 것이다.


좀비를 찾아낸 엄작가는 물론이고 단어를 하사 받은 황작가도 함께하는 박작가 홍작가 윤작가 김작가 밖에 있던 총장님도, 거기 앉아 있는 우리 모두가 그 절묘함에 감탄을 하면서 다시 한번 시어의 중요성을 느낀다.


이후에 나온 사발 가득히 담긴 회는 회에 대한 미감이 전혀 없는 나에게도 맛있는 저녁이 되었다. 전국 각처에서 와서 마산에서 만났으니 우리 다음엔 어디서 만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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