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스물여섯 아들,
그가 운전면허를 따자 마자-1종 보통 면허를 땄다
운전대를 달라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먼저 동네 공원을 돌게 했다.
스무스하게 돈다. 내리막에서 약간 덜컹거렸으나
음, 제법인걸
집으로 돌아와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럼 주차 한 번 해봐.
아들은 버벅대면서 몇 번을 들락날락하더니 줄에 딱 맞추어 주차를 한다.
어엉? 매번 주차가 힘든 나보다 주차를 잘하잖아, 헐.
음음, 대단해! 합격!
근데 이건 에바야!
그럼 운전대 내놔 이제 내가 운전할 거야!
아이, 야,
잠깐만, 보험부터 들고...
나는 아이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가장 먼저
하루 보험을 들었다.
올봄부터 자꾸 운전대를 달라고 조른다.
이것은 독립을 위한 날갯짓, 아들을 응원한다.
늘 내가 운전하였는데 군대 갔다 오고 아르바이트 좀 하다가 올해 초부터 뭔가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푸드덕푸드덕 날갯짓을 하더니
서울로 집을 알아봐 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들은 분가했다.
신림동의 작은 빌라에 방을 한 칸 얻어,
거기까지 가겠다고 해서 내심 불안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운전대를 내주었다.
아이는 멈칫거리면서도 제법 운전을 잘했다.
차선 변경이 제일 큰 일인데 그것도 무난히 깜빡이까지 켜고 백미러를 자주 들여다보면서 차선변경을 하는 것이 아닌가
놀라운 진화의 속도다. 내가 처음 운전을 배우고 시내를 주행하던 스물아홉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나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차를 끌고 시내를 돌았다. 그때의 종로 5가는 지금과는 아주 다르기는 하지.
그때의 서울과는 너무 다르기는 하지. 지금의 서울은 어디나 종로 5가가 되어있지. 막히지 않는 곳이 없고 주차난이 없는 곳이 없고 일방통행로가 너무 많아졌고 갈길을 찾기가 힘들어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