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보다는 읽는 게, 아니 이제 보는 것이 더 익숙한 세상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싸이월드에서 감성을 담은 일기를 쓰고는 했다. 적어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는 그러한 '쓰는' 행위 없이도 사진 한 장으로, 영상 하나로 소통하는 세상이 왔다. 이제 우리는 쓰는 것보다는 보는 것에 더 익숙해져 버렸다.
예전에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서점에서 여행서적을 보거나 블로그를 참고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 수준에서 만족이 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요즘 가장 핫한 장소를 찾는 것은 기본, 유튜브에서 인플루언서의 여행지 브이로그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보며 실시간의 정보까지 공유받을 수 있다. 수많은 채널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수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너무나 많은 정보가 산재되어 있어서 아무런 정보 없이 떠나는 것은 불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맛집부터 숙소, 인생 샷을 남길 장소 정도는 확인해줘야 충분한 정보를 얻은 것만 같은 만족감이 든다.
어느새 우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 '보는 데'에 더 능숙해져 버린 것 같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집하는 데에 우리는 점점 익숙해져 간다. 심지어 더 잘 수집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각종 툴과 방법들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우리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던지고 싶은 질문,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만들어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남들이 경험했던 것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결국 후회 없는 여행을 만들기 위함이고, 보장된 리뷰를 통해 실패를 줄이고 더 풍부한 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남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유용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나의 이야기를 더 잘 만들어 보이고 싶어서이다. 최근 '글의 품격(이기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의 책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니즈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력보다는 출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만의 시선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사라지게 될 것 같아서. 내 시선이 궁금하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