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미팅을 마치고 나서는 길에 협력사 대표님이 갑자기 책을 사주 시겠다며 서점에 데려가셨다.
함께 있던 과장님의 따님들을 위한 그림책을 두 권 안겨주시더니, 나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며 두리번거리셨다.
성인에게 선물하시려는 그림책이 무엇일까 궁금해 나의 마음도 기대에 찼다.
아쉽게도 그 책은 품절이 되어 다음에 입고되면 사주겠다고 하시기에,
그럼 잊지 말고 다음에 꼭 사달라 말씀드리고 대신 골라주시는 다른 책을 감사히 받았다.
사주시려던 책은 '하이케 팔러'라는 독일의 작가가 쓴 책인데 갓 태어난 조카를 보고 0세부터 100세까지의 사람을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하여 그 모습을 글로 남긴 것이라고 했다.
독일에서 너무나 유명해져 한글판으로도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독일에 있는 대표님의 따님이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이 책을 선물해주셨는데 따님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후로 대표님도 주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있다고 하셨다.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탐이 나,
최근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자꾸 까먹는 것 같다는 대표님의 말에
"그 그림책은 잊으시면 안돼요!"하고 장난스레 말씀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알라딘에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잘못 온 택배가 아닐까 싶어 귀가하자마자 열어보고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나의 눈 앞에 펼쳐진 건,
바로 대표님이 사주시려던 그림책.
'100 인생 그림책'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놀랍기도 하고 동시에 나를 생각해주신 마음에
두배, 세배, 아니 네 배 더 감동을 하였다.
그리고 기억 속의 또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인턴을 시작한 지 일주일 남짓 되었던 때였다.
쉬는 날 집에서 늦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택배 기사님이었고
어리둥절하게 받아 든 택배는 다름 아닌 한 권의 책이었다.
알고 보니 당시 인턴을 하던 팀의 팀장님께서
격려의 메시지를 담아 보내준 책이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초조했던 사회 초년생의 인턴 시절, 이 책 한 권이 얼마나 따뜻한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아직도 이 책은 나의 책꽂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이후로도 회사생활을 하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을 뒤적여보곤 했다.
어린아이가 아닌 다 큰 성인에게 선물한 그림책,
이제 막 시작해 서툴고 불안한 사회초년생에게 선물한 책.
두 분의 따뜻한 선물에서 느꼈다.
나의 곁에는 참 좋은 분들이 계시는구나.
두 분은 참 좋은 어른이시다.
나도 누군가에 좋은 어른이고 싶다.
모든 어른들이 존경받지만은 않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는 요즘,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는 따뜻한 격려와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좋은 어른이 곁에 있으면,
좋은 책이 집에 온다.
나에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