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26살의 끝자락에서

by 이우키

그거 아시오. 나는 그대들이 참 밉소. 그대들이 살면서 은근히 던진 말 한마디에, 난 그 말 한마디를 돌멩이처럼 얻어맞고는, 물속 저 깊이 가라앉았다 떠오르길 반복했던 내 삶이 참으로 싫소. 내 편인 척하면서 나를 그대들이 깔아놓은 틀 속에서만 헤엄치고 뛰어오르게 만든 그대들이 참으로 싫었소. 병에 갇힌 벼룩의 이야기를 아시오? 높이 뛰어오를 수 있던 벼룩은, 낮은 병에 갇힌 채로 뛰어오르길 수없이 반복하다, 결국 그 병에서 벗어난 뒤에도 그 이상을 뛰어오를 수 없게 되오. 그대들은 한낮 벌레의 삶조차 높게 뛰어오를 수 없게 된 자의 고통을 아시오.


그대들은 하나였던 적이 없소. 악마였고, 천사인 체하고, 내 편인 체하다가, 금방 등을 돌리고, 다시 내게 목줄을 채우지 못해 안달이었지. 착한 아들인 척 목줄 좀 차주니, 그것이 그리도 만족스러웠소? 그 목줄 아래에 짓눌린 상처가 진물이 가득 차고 피가 흘러내리는데, 그것엔 일절 관심도 없이, 목줄을 끌고 길거리에 나가, "우리 집 아이는 이리도 말을 잘 듣소. 동네사람들 보시오." 하며 자랑하던 것이. 그리도 자랑스러웠소? 자식이라는 것이 겉면의 상처도 모자라 속까지 썩어 문드러져 가는데, 본인들의 기준에서 자랑거리인 겨우 그딴 것에만 관심이 팔려, 썩은 내가 어디서 나는 지도 모른 채 표정만 찌푸렸소?


나는 그 목줄이 참으로 싫었소. 처음엔 그 목줄도 적응이 되겠거니 견뎠건만, 어째 익숙해진 것은 목줄의 갑갑함이 아니라, 쓸린 상처와 썩은 진물 냄새이더외다. 잘라버리고 싶던 것이 목줄이 아니라 내 목이 되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그래도, 내 목을 자르지 않게, 칼을 뺏는 자들은, 그대들이 아니었다만, 늘 존재했지. 그대들이 아니었다만. 참으로 웃기지.


나는 그대들처럼 살지 않을게요. 실패가 두려워 내가 낳은 자식이 실패를 향해 갈 때, 강제로 머리채를 잡고 목줄을 휘어잡으며 본인들 기준의 성공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걷게 하지 않을 테요. 내 아이가 가시밭길로 간다며, 그대들처럼 끌고 가지 않을 테요. 손가락 끝에 바늘을 대게 하고, 그것이 아프고 위험하다는 것을 직접 알게 할 거요. 그리고 그 상처 위에 약과 붕대를 주겠소. 내 사랑까지도. 난 실패가 두렵지 않소. 그대들은 그저 겁쟁이들일뿐이오. 그대들처럼, 키운 자식에 본인을 투영하여, 그대들이 말하는 같잖은 오락놀이 속 캐릭터 키우기처럼 키우지 않을 것이오.


미래의 내 자식은 벼룩이 될 것이오. 병 속에 갇혀 뛰지 못하게 된 아비보다, 저 하늘을 더 뛰게 하겠소. 손가락 끝은 상처투성이일지라도, 그 상처만큼 굳은살이 배게 하겠소. 내가 없으면 세상을 이겨내지 못할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본인을 세상에 드러내고,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 난 자로 만들겠소. 그리고 반드시 약속하외다.


그대들이 키운 나와는 다르게,

내가 키운 그는, 나와 다른 자라는 것을 명확히 가르칠 것이오.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이고,

나는 부모로서 아이가 성숙할 때 까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질 것이오.

아이의 실패로 인해 져야 할 책임이 두려워, 어떻게든 본인기준에 맞춰, 그 같잖은 "성공"따위에 얽매이지 않게 하겠소.

나는 내 애를 낳고싶지 않았소. 그러나 오늘 내 생각은 바뀌었소. 난 내 애를 낳을 것이오.

그리고, 그대들과는 다르게, 나와는 다르게 키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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