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으로 돌아간 그림자

39. 봉인은 끝이 아니라, 연결이다.

by NaeilRnC

노곤의 꿈은 여전히 넓었다. 넓어서 답답하지 않았고, 넓어서 길을 잃기도 쉬웠다.

꿈에는 목적지가 없고, 목적지가 없으면 걷는 이유도 사라져야 했다. 그런데 노곤은 계속 걷고 있었다.

걷는 것 자체가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발밑의 감각이 달라졌다.

“음…?”


노곤은 멈춰 섰다. 꿈속의 바람은 늘 일정했는데, 오늘은 아주 가늘게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온도도 변하지 않았고 냄새도 같았다. 그런데 같아야 할 것들이 너무 같았다.

그 완벽함이 오히려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뭔가 들어왔다.’


꿈은 원래 외부를 잘 들이지 않는다. 꿈이 외부를 들이는 순간, 그것은 꿈이 아니라 통로가 된다.

노곤은 통로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귀찮음보다 먼저, 낯선 감각이 잡혔다.


검은 것.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
‘머물러라’는 의지만 남은 것.


노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훑었다.

“… 그림자?”


그림자는 멀리 있었다. 정확히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꿈의 거리는 실제 거리와 다르다.

가까우면서도 닿지 않고, 닿을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멀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분명히 “봉인”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힘으로 눌려 있는 형태. 억지로 묶인 매듭. 노곤은 불쾌했다. 누군가 꿈에 매듭을 남겨놓았다.

그건 “내 영역”에 대한 침입이다. 그는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림자가 반응했다.

노곤이 두 걸음 내디뎠다. 그림자가 다시 반응했다. 그 반응은 공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호출에 가까웠다.


마치 누군가가 ‘여기 봐’라고 손짓하는 방식. 노곤은 그게 더 싫었다. 꿈에서 가장 싫은 건 부탁과 호출이다. 귀찮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때, 꿈의 끝에서 문 하나가 보였다. 화려하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문”이었다. 그러나 노곤은 알았다. 저 문은 도망치는 문이 아니라, 나가라는 문이다.

노곤은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문과 그림자 사이를 번갈아 보았다.

“하아… 이건…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는 거네.”


귀찮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귀찮음이 그를 눕히지 못했다.

꿈이 너무 오래 이어진 탓인지, 아니면 밖에서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한 탓인지. 노곤은 문에 손을 댔다.

그 순간, 꿈의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멀리서 ‘기상’이 울리는 것처럼.

누군가 세계를 다시 깨우려 한다. 그 흔들림은 꿈까지 닿았다. 노곤은 중얼거렸다.

“… 밖에서 누가 뭘 했네.”


그리고 문을 열었다.

40. 꿈의 문 앞에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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