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오늘의 심전도

by NaeilRnC

브런치를 시작한지 이제 두 달이 꽉 찼다. 처음의 의지와 달리 나는 요즘 많이 흔들리고 있다.

브런치에서 숫자는 조용히 사람을 흔든다. 좋아요도 그렇고, 조회수도 그렇고, 특히 구독자 수는 더 그렇다.

늘어날 때는 ‘내가 뭔가 하고 있구나’ 싶다가도, 줄어드는 순간엔 ‘내가 뭘 잘못했나’로 곧장 넘어간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글을 쓰는 걸까, 숫자를 확인하는 걸까?’




[오전 07:58 | 나]
나 지금 브런치 구독자 수 확인했는데… 어제보다 줄었어.


[오전 07:59 | ♥]
또 봤냐? 너 아침부터 그거 보지 말랬지.


[오전 08:00 | 나]
아니 그냥… 습관처럼 눌렀는데 바로 보이잖아.
어제는 분명히 +2였는데 오늘 -1이야.


[오전 08:00 | ♥]
그럼 어제 +2였던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평균을 믿어.


[오전 08:01 | 나]
평균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겐 오늘 ‘구독 취소’할 정도였다는 게 꽂혀.


[오전 08:02 | ♥]
오빠도 구독 취소 눌러본 적 있지 않아?


[오전 08:02 | 나]
있지.


[오전 08:03 | ♥]
그럼 구독 취소를 할 때 그 사람 싫어서 그랬어?


[오전 08:03 | 나]
아니… 그냥 피드가 너무 많아서 정리한 거지.


[오전 08:04 | ♥]
그럼 남도 그럴 수 있지.


[오전 08:04 | 나]
알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안 따라와.
줄어든 숫자 하나가 갑자기 ‘내 글이 별로였나’로 번역돼.


[오전 08:05 | ♥]
숫자에 과몰입하지 마세요 선생님!


[오전 08:06 | 나]
근데 늘 때도 과몰입해. +1만 떠도 “오늘은 살아있다” 이런 느낌이야.


[오전 08:06 | ♥]
아이고! 글이 아니라 심전도를 보세요?


[오전 08:07 | 나]
맞아… 구독자 수가 내 자존감 그래프 같아.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하루의 기분도 같이 오르내려.


[오전 08:08 | ♥]
근데 그 숫자의 변화에서 오빠가 통제할 수 있는 게 뭔데?


[오전 08:08 | 나]
없지. 그래서 더 자주 보나 봐. 통제 못하니까 확인이라도 하는 거야.


[오전 08:09 | ♥]
확인한다고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오전 08:09 | 나]
확인하면 마음이 ‘대비’ 상태가 돼. 늘면 기뻐할 준비, 줄면 상처받을 준비.
근데 준비가 습관이 되니까… 늘 긴장해.


[오전 08:10 | ♥]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글 올릴 때마다 재판 기다리는 사람처럼 사는 거네.


[오전 08:11 | 나]
맞아. 글을 쓰고 나면 마침표가 찍히는 게 아니라, 숫자 창이 열리는 느낌.


[오전 08:11 | ♥]
그럼 해결책은 뭐야.


[오전 08:12 | 나]
나도 알지. 구독자 수는 ‘평가’가 아니라 ‘기류’일 뿐인데.


[오전 08:12 | ♥]
기류?


[오전 08:13 | 나]
바람 같은 거.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은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그게 내 가치가 변했다는 뜻은 아닌데, 나는 자꾸 그 숫자로 나를 재단해.


[오전 08:14 | ♥]
그럼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만 봐.


[오전 08:14 | 나]
그게 제일 어렵다.


[오전 08:15 | ♥]
으이구… 인간아. 커피랑 브런치 확인부터 줄여. 영양제는 그다음.




구독자 수는 이상한 숫자다. 사람이 빠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대부분은 나를 불리하게 만드는 쪽으로.


늘어나는 날엔 내가 좋아졌다고 믿고, 줄어드는 날엔 내가 부족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둘 다 사실은 과장이다. 숫자는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그날의 흐름을 보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또 확인한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자존감은, 생각보다 쉽게 “대시보드”에 붙는다.
그리고 그 대시보드가 흔들릴수록 마음도 흔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적어둔다. 구독자 수는 나의 값이 아니라, 나의 통계다.
나는 통계를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통계를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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