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에 대한 구독
요즘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사람이 정말 많다.
아니, 정확히는 “안 챙기면 불안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하루가 피곤할수록, 내 몸을 내가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남는다.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지?’
[오전 09:12 | ♥]
잘 잤어? 몇시에 잤어? 몇번이나 깼니?
[오전 09:12 | 나]
응, 새벽 1시쯤 잤고, 잘 잤고, 중간에 한번 깼어
[오전 09:13 | ♥]
영양제는 먹었어? 맨날 잠을 못 자서 어떻게? ㅠㅠ
우리 나이에 건강 무너지고 병들면 이생망이야! 건강 잘 챙겨라!
[오전 09:13 | 나]
영양제 잘 챙겨먹고 있어!
어제는 루테인, 멜라토닌, 마카, 시서스, 종합비타민 이렇게 먹었는데 이게 맞나 모르겠다
[오전 09:14 | ♥]
아무거나 막 먹으면 안돼. 잘 맞는 조합인지 궁합을 잘 봐야해!
괜히 영양제라고 아무거나 막 먹었다가 오히려 병 생긴다
[오전 09:15 | 나]
나 원래 이런거 안 먹었잖아. 근데 요즘 피곤하니까 자꾸 뭘 추가하게 돼.
근데 웃기는게 약을 추가할수록 더 불안해
[오전 09:15 | ♥]
그럼 그냥 종합비타민을 먹는게 낫지 않을까?
[오전 09:16 | 나]
손님! 그 종합이라는게 더 무서운거 알지? 기본 세트라는 말이 제일 무서워.
이게 자연스러운 섭취가 아니라 뭔가를 임의대로 막 때려넣는건데
종합은 필요없는것도 같이 먹는거잖아....언제부터 ‘기본’이 알약이 됐냐.
[오전 09:16 | ♥]
그럼 안 먹어도 되지 않아?
[오전 09:17 | 나]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안 먹으면 불안해.
내가 몸을 방치하는 사람 같아.
[오전 09:17 | ♥]
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양제는 원래 불안관리용이니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보다, “나 오늘도 나를 챙겼다”는 위안.
[오전 09:18 | 나]
근데 영양제는 결국 보조잖아. 밥이랑 잠이 먼저지.
[오전 09:18 | ♥]
그치...근데 오빠는 잠을 잘 못 자니까.
그나마 영양제로 부족함을 채우는거지.
[오전 09:19 | 나]
그러게, 근데 이상하게 약을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남아.
근데, 요새는 매일 영양제 얘기만 나와...그래서 콘드로이친이나 오메가, 또 막 이것저것....
저런걸 또 챙겨먹어야 하나 생각도 들고
[오전 09:20 | ♥]
그럼 줄여. 꼭 필요한 것만. 먹어
[오전 09:25 | 나]
영양제는 몸을 위한 게 아니라 불안을 진정시키는 생활 습관일 때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불안이 커질수록, 알약은 늘어나고.
[오전 09:26 | ♥]
그럼 일단, 시서스, 루테인, 마그네슘만 먹어보자
[오전 09:27 | 나]
알겠어.
[오전 09:27 | ♥]
그리고, 일단! 커피를 줄이거라! 그래야 잘 잔다.
영양제는 어쩌면 ‘건강’보다 ‘안심’에 가깝다.
내가 나를 방치하지 않았다는 증거, 오늘도 망가지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확인.
하지만 확인이 늘어날수록, 나는 가끔 더 불안해진다.
몸을 돌보는 일이 어느 순간 “불안에 대한 구독”이 되어버릴까 봐.
정말 필요한 건 알약 하나가 아니라, 내 몸을 믿고 쉬게 해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