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절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by NaeilRnC

요즘 공공장소에서 ‘개념 없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특히 엘리베이터처럼 좁은 공간에서 웃고 떠들고, 타인을 배경처럼 다루는 순간을 겪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상한 건가?’




[오전 11:30 | 나]
점심 먹으러 엘베 탔는데… 사람들이 너무 개념없어


[오전 11:30 | 친구]
갑자기 뭔??


[오전 11:30 | 나]
아니, 좁은데서 왜 떠들지?


[오전 11:31 | 친구]
야, 그냥 그러려니 해!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냐!


[오전 11:31 | 나]
어린 학생들이라면 그러려니 할 텐데, 이건 마치 관종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
내가 왜 지들 뒷담화를 듣고 있어야 하냐!


[오전 11:32 | 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쓰지마. 넌 너무 예민해!


[오전 11:32 | 나]
예민한 게 아니라, 좀 선 넘은거 아니야? 지들만 있는 공간도 아닌데


[오전 11:33 | 친구]
원래 그럴 때 이어폰 끼고 있으면 좀 낫지 않냐.


[오전 11:33 | 나]
껴도 들려 그리고 더 짜증나는건 내가 굳이 ‘방어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거야


[오전 11:34 | 친구]
그럼 어쩔건데?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는 순간 니가 이상한 사람 되는거야


[오전 11:34 | 나]
그래서 더 짜증! 나는 그냥 '예의'라는게 최소한의 합의라고 생각하거든.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특히 좁은 공간에서는 더.


[오전 11:35 | 친구]
근데 너도 알잖아. 세상엔 원래 그런 사람이 많아.


[오전 11:35 | 나]
이건 누가 손해 보는 규칙이 아니라 서로를 편하게 해주는 규칙이잖아.

근데 점점 자기들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만 즐거우면 되는건가?


[오전 11:36 | 친구]

어쩌겠냐? 그렇다고 니가 개입하면 그걸 또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을텐데, 결국 그 사람들은 또 널 어디선가 씹을텐데 그거 더 불쾌하지 않아?


[오전 11:38 | 나]
결국 예절이라는게 ‘타인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기술’이라는 걸 왜 모를까?


[오전 11:38 | 나]

엘리베이터는 되게 작은 사회잖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서로의 숨소리까지 섞이는 곳.
그런 곳에서는 말의 크기, 웃음의 크기, 통화의 크기가 그냥 ‘취향’이 아니라 ‘침범’이 되기도 해.


[오전 11:40 | 친구]
근데 그 사람들은 침범이라고 생각도 못할걸.


[오전 11:40 | 나]
그래서 더 무서워. 악의가 없어서. 그냥 무심코 타인을 지우는 거잖아.


[오전 11:41 | 나]
예절은 ‘품위’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 같아. 누군가의 하루가 공공장소에서 더 불편해지지 않게 하는 안전.


[오전 11:41 | 친구]

네네~ 일단 밥이나 드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흩어진다. 그 짧은 시간에 있었던 불편도, 무시도, 침범도 같이 흩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 짧은 시간을 자꾸 기억하게 된다. 공공장소에서 예절이 사라질수록, 사람의 존재도 함께 사라지는 느낌이어서.


예절은 결국 ‘조용히’라는 말로 요약되는 게 아니라, ‘여기엔 타인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태도가, 이 사회에서 완전히 구식이 되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영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