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27

LA갈비

by NaeilRnC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께서는 “겨울에 양 새끼가 나왔으니 먹을 게 없어서 어쩔꼬”라며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따라 잔칫집을 자주 다녔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 어르신의 생신날이 마을의 잔치였다.

온 동네 사람들이 아침을 그 집에서 먹고 출근해서 저녁에는 그 집으로 퇴근해 밤새 축하파티를 즐겼다.

잔칫집은 식당이기도 했고, 회관이기도 했고, 그날 하루만큼은 마을 전체가 한 가족처럼 움직이는 장소였다.


할머니는 최씨 집성촌에서 시집을 오셨는데, 친척들이 고향 곳곳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정말 자주 다녔다.

그때 처음 제대로 접했던 게 갈비였다.


지금도 비싸지만, 내 기억으로 당시의 갈비는 지금 식당에서 사 먹으면 아마 1인분에 삼만 원을 넘길 만큼 덩어리가 컸고, 입안 가득 고기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나이가 들면서(라고 하자), 그때의 그 갈비보다 LA갈비가 좋아졌다.

먹기 편했고 집에서 해 먹기에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뜯는 즐거움이 남아 있으면서도, 힘이 덜 든다. 어릴 땐 ‘큰 고기’가 좋았고, 지금은 ‘편한 고기’가 좋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입맛이 변한다기보다, 생활이 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명절이 코앞이라 집에 갈비를 보내려고 오늘 검색을 했더니 “어우”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LA갈비는 보통 꽃갈비 구간을 많이 쓰고, 가공을 위한 인건비 때문에 가격이 세단다.

이해는 된다. 다만 이해가 된다고 해서 덜 비싸지는 건 아니다. 이해는 지식이고, 결제는 현실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LA갈비와 우대갈비는 뭐가 다르길래, 우대갈비는 더 비싼 경우가 많을까. 찾아보니 핵심은 “완전히 다른 부위”라기보다는 정형(절단) 방식과 형태에 가까웠다.

LA갈비는 갈빗대를 수직 방향으로 얇게 썰어 한 조각에 뼈가 여러 개 보이게 만드는 반면,

우대갈비는 갈빗대 형태를 살려 통뼈에 가깝게 길게 정형하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그러니 가격이 꼭 “더 고급이라서”만은 아닐 수 있다.

우대갈비는 형태 자체가 크고 뼈가 길어 외식에서 ‘한 장면’을 만들기 좋고,

LA갈비는 손질이 간편해 집에서 굽기 좋다.


수요와 쓰임이 다르고, 그 차이가 결국 가격표에도 반영된다.

게다가 ‘우대갈비’라는 말 자체도 공식 부위명이라기보다는 유통과 외식에서 자리 잡은 표현에 가까워서,

가게마다 정형 기준이 다르고 체감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느낀 “우대갈비가 살이 더 많은 것 같지 않은데?”라는 의문은,

누가 속였다는 결론보다 조금 더 단순한 쪽에 가깝다. 뼈가 포함된 중량을 같이 산 것.

고기는 늘 “살만큼” 돈을 내는 게 아니라, “형태만큼” 돈을 내는 순간이 있다. 특히 식당에서는 더 그렇다.


이런 구조는 돈마호크에서도 비슷하게 보인다.

돈마호크는 대체로 돼지 등심 쪽을 뼈를 길게 남겨 도끼 모양처럼 보이게 손질한 컷으로 소개된다.

이름이 주는 인상은 ‘새로운 부위’ 같지만, 본질은 정형과 연출이 강조된 형태에 가깝다.


내가 돈마호크를 먹고 “퍽퍽하다”라고 느꼈던 건, 아마도 맛보다 부위 특성의 충돌이었을지 모른다.

등심은 삼겹살처럼 지방이 넉넉한 부위가 아니라서, 굽는 방식이나 두께, 레스팅에 따라 충분히 달라진다.

잘 구우면 괜찮고, 기대가 과하면 실망하기 쉽다. 결국 우대갈비든 돈마호크든, 내가 부딪히는 질문은 같다.

이게 더 비싼 이유가 ‘부위’ 때문인지, ‘형태’ 때문인지, 아니면 ‘장면’ 때문인지.


그리고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고기를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억의 분위기를 같이 산다.

어릴 때 잔칫집에서 갈비를 씹던 그 공기, 누군가가 “더 먹어라”라고 말하던 목소리,

접시가 비어도 이상하게 다시 차던 그 반복. 나는 그걸 기억한다.

그래서 검색창 앞에서 “어우”가 나오는 순간에도, 결국은 또 장바구니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장바구니 앞에서 잠깐 멈춘다. 고기를 사는 건지, 기억을 사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낼 것이다. 명절은 결국, 비싼 고기보다 비싼 마음으로 버티는 행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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