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노미난스(Homo nominans)

1. 명명하는 인간

by NaeilRnC

호모 노미난스는 라틴어 nominare /ˈnɑːmɪˌnɛər/(이름을 붙이다, 명명하다)에서 따온 말로,

세상을 ‘이해’ 하기 전에 먼저 이름을 붙여 정리하려는 인간을 뜻한다.

Homo nominans /ˈhoʊmoʊ ˈnɑːmɪnænz/ 는 그 인간형의 이름이다.




어떤 현상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결국 내가 가진 내부 사전을 꺼내는 일이다.

그래서 시작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관성은 끝이 아니다.


주관성은 대개 설명과 설득, 반박과 검증을 거치며 형태를 바꾼다.

사람마다 다르게 불리던 것이, 반복되는 사례 속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굳어지고,

그때 비로소 ‘객관’이라는 표정을 얻는다.


객관이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는 주관이 쌓여 만들어지는 합의에 가깝다.

내가 이 사전을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무언가에 이름을 붙여 살아남는다.

문제는 명명이 빨라질수록, 우리는 더 자주 구조 대신 개인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 문제”, “성격 문제”, “태도 문제” 같은 이름들은 편리하다.

문제를 다룬 것 같지만, 사실은 문제를 사람에게 붙여버리는 방식으로 끝내기 쉽다.

이름이 빠를수록 책임은 단순해지고, 원인은 좁아지며, 세계는 작아진다.


나는 이 매거진에서 인간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럴 능력도 재능도 없다.

다만 내가 목격한 인간의 유형을 정의하고, 사례로 확인하고, 왜 그 이름이 필요했는지 기록하려 한다.

이 사전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너무 빨리 이해해 버리는 습관을 늦추기 위한 기록이다.


결국 이 사전은 이해가 아니라, 성급한 이해를 멈추기 위한 개인의 기록이다.


[다음 항목 예고]

이 사전의 다음 페이지에는, 내가 가장 자주 목격한 인간이 등장한다.

문장을 이용해 책임을 옮기는 인간—Homo deferens(떠넘기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