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연출하는 인간
호모 퍼포만스는 라틴어 performare /pərˈfɔːrm/ *(수행하다, 해내다, 연기하다)*에서 따온 말로,
삶을 ‘살기’보다 먼저 보이도록 구성하며 선택하는 인간을 뜻한다.
Homo performans /ˈhoʊmoʊ pərˈfɔːrmænz/ 는 그 인간형의 이름이다.
호모 퍼포만스의 삶은 내용이 아니라 화면으로 완성된다.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보였는지가 먼저 남는다.
그래서 선택은 종종 욕망이 아니라 구도에서 시작한다.
사진이 잘 나오는 카페, 이야기로 소비되는 연애, 의미가 있어 보이는 취미.
본질은 뒤로 밀리고, 연출 가능성이 앞으로 온다.
연출은 거짓말과 다르다. 연출은 “있는 걸 꾸미는 기술”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넓게 퍼진다.
거짓말은 들키면 끝나지만, 연출은 들켜도 유지된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무대가 됐고, 서로를 관객으로 삼는 법을 배웠다.
호모 퍼포만스는 세 단계로 살아간다.
첫째, 삶을 후보군으로 나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올릴 수 있는 것’을 고른다.
둘째, 경험을 편집한다. 즐거웠던 순간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순간만 남긴다.
셋째, 반응으로 확정한다. 좋아요와 조회수가 의미를 대체한다. 반응이 없으면 경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형적인 장면은 이렇다.
누군가 여행을 간다. 여행의 목적은 쉬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행은 곧 콘텐츠가 된다.
사진을 찍기 좋은 시간에 움직이고, 찍기 좋은 곳에서 오래 머문다.
맛이 아니라 배경이 먼저 선택되고, 감정이 아니라 결과물이 먼저 설계된다.
“좋았다”는 말은 경험의 결론이 아니라 게시물의 캡션이 된다.
연애도 비슷하다. 관계는 둘 사이에서 만들어지지만, 연출은 셋째를 부른다.
관계에 관객이 들어오는 순간, 감정은 감정으로 끝나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커플처럼 보이니?”라는 질문이 “우리는 어떤 커플이니?”를 앞지른다.
다툼조차 연출이 되고, 화해조차 업로드 가능한 서사로 변한다.
호모 퍼포만스가 가장 자주 하는 착각은 이것이다.
“보이면 존재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시간은 불안해진다.
아무에게도 공유되지 않은 하루, 증명되지 않은 노력, 아무 반응도 없는 선택은 무가치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삶의 대부분은 원래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사라지면, 남는 건 얇은 하이라이트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유형을 따로 불러야 했다.
연출은 삶을 화려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삶을 납작하게 만든다.
의미는 깊이에서 나오는데, 연출은 늘 표면을 요구한다.
결국 사람은 ‘나’를 살기보다 ‘나의 이미지’를 관리하게 된다.
나는 이 사전에서, 선택이 욕망에서 출발하지 않고 시선에서 출발하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사는 게 아니라 보이기 위해 선택하는 인간을.
당신의 선택은 지금 누구를 향해 있나.
당신 자신을 향해 있나, 아니면 보이지 않는 관객을 향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