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47

나는 왜 고점에서 주식을 사는가

by NaeilRnC

주식시장에서 가장 이상한 순간은 언제나 비슷하다. 안 사도 되는데, 꼭 그때 산다.

기다릴 수 있는데 꼭 그때 못 기다린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고점은 늘 나중에야 고점이 된다.

그때는 고점이 아니다. 그때는 ‘상승’이고, ‘기회’이고, ‘확신’이다.

고점에서 매수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건 더 간다.”


고점 매수는 결심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고점은 늘 축제처럼 시작한다. 나를 제외한 모든 주변에서 주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만 혼자 '동조'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너 아직도 안 샀어?" 이 한 마디에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타야 하나', '더 오를 수도 있겠는데?'처럼 이제 결심보다 누군가에게 밀리듯 주식을 타게 된다.


오늘은 왜 고점에서 주식을 사게 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우리는 불확실할수록, 남의 확신을 빌린다.

무자퍼 셰리프(Muzafer Sherif, 1935)는 「A Study of Some Social Factors in Perception」에서 착시(자동운동) 효과 실험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판단을 참조하며 집단 규범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보였다.


주식시장은 정답이 없는 곳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완전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적도, 금리도, 환율도, 정책도, 전쟁도 변한다. 불확실성은 늘 있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은 더 정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의존한다. 주식에서 자주 들리는 말들이 있다.


“저쪽이 더 잘 알겠지.”
“기관이 들어오면 뭔가 있지.”
“외국인이 사는 건 이유가 있지.”


이 말들은 정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규범을 만든다. “저렇게 보는 게 맞다”는 집단의 방향이 만들어지고, 그 방향이 곧 ‘안전’이 된다. 고점은 그래서 정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과잉인 상태에서 ‘남의 확신’이 규칙이 되면서 생긴다.


2. 동조는 ‘정보’와 ‘소속’이 동시에 켜질 때 폭발한다.

모턴 도이치(Morton Deutsch)와 해럴드 제라드(Harold B. Gerard, 1955)는「A Study of Normative and Informational Social Influences upon Individual Judgment」에서 사회적 영향이 규범적 영향과 정보적 영향이라는 두 갈래로 작동한다고 정리했다.


정보적 영향은 “저쪽이 더 맞을 것 같아서” 따른다. 규범적 영향은 “혼자 다르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따른다.

주식시장에서는 두 영향이 동시에 켜진다. 나는 기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정보적 영향). 그런데 다수는 이미 들어와 있다(규범적 영향). 이럴 경우 나는 ‘판단’이 아니라 ‘자리’를 고민한다. 내 자리가 군중 안인지 밖인지, 그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고점에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이라도 타야 한다.”
“안 타면 나만 바보다.”
“이 흐름에서 혼자 빠져 있으면 이상하다.”


고점매수는 종목을 고르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불안한 자아가 소속감을 복구하는 행위인 경우가 많다.


3. 다수가 말하면, 정답이 있어도 흔들린다.

솔로몬 애쉬(Solomon E. Asch, 1951)는「Effects of Group Pressure upon the Modification and Distortion of Judgments」에서 다수의 압력이 개인 판단을 수정·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식시장은 애쉬의 실험보다 더 잔혹하다. 애쉬의 과제는 정답이 비교적 분명했지만, 주식은 정답이 애초에 불분명하다. 그래서 다수가 떠미는 힘은 더 크고, 개인이 버티는 힘은 더 약하다.


고점에서 가장 위험한 질문은 “이게 비싼가?”가 아니라 “내가 틀린 건가?”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의심은 ‘판단’이 아니라 ‘결함’으로 느껴진다. 그때 군중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 아직도 안 샀어?”


이 한 마디는 정보가 아니라 압력이다. 고점은 압력의 형태로 다가오고, 압력은 사람을 빠르게 만든다. 고점에서 매수 버튼이 빨리 눌리는 이유는 확신이 커져서가 아니라, 혼자 남을까 봐 두려워서다.


4. 사회적 증거는 ‘숫자’로 보일 때 가장 강해진다.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1984)는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에서 사람들은 불확실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옳음”의 단서로 삼는 사회적 증거에 강하게 끌린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숫자로 보인다. 거래대금, 체결강도, 검색량, 랭킹, 커뮤니티 게시글 수, 조회수… 상승 차트는 단순한 곡선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시각적 신호다.

그래서 고점은 이상하게도 ‘위험’보다 ‘안전’처럼 보인다. 사람이 많으면 안전해 보인다. 숫자가 크면 검증된 것처럼 보인다. 고점은 가격이 비싸서 무서운 게 아니라, 너무 안전해 보여서 더 무섭다.


사회적 증거가 쌓일수록, 사람은 자기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 자기 기준 대신 군중의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기준은 대개 고점에서 가장 선명해진다.


5. 만장일치가 만들어내는 집단사고: 반대 의견이 사라질 때 고점이 완성된다.

어빙 재니스(Irving L. Janis, 1972)는 『Victims of Groupthink』에서 응집력이 높은 집단이 만장일치를 과도하게 추구할 때 반대 의견이 사라지고 현실 점검이 약화되는 집단사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상승장 말미의 커뮤니티는 종종 집단사고의 전형을 닮는다.


“이번엔 다르다.”
“여기서 의심하는 건 손해야.”
“안티는 나가라.”


이 문장들이 늘어날수록, 반대 근거는 토론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위험을 계산하지 않고, 분위기를 유지한다. 고점은 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반대 의견이 사라져서 완성된다.

고점에서 가장 강한 힘은 매수 욕구가 아니다. 비판을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공기다.


6. 종목이 ‘우리’가 되는 순간, 판단은 정체성이 된다.

앙리 타지펠(Henri Tajfel)과 존 터너(John C. Turner, 1979)는 사회정체성 이론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히 다수라서가 아니라 ‘우리(내집단)’의 규범이기 때문에 동조하며, 그 과정에서 판단이 정체성의 문제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식시장에서는 종목이 집단이 된다.


“우리 주주.”
“물량 털지 마라.”
“손절은 배신이다.”


이때 매수는 분석이 아니라 소속의 표시가 된다. 매도는 선택이 아니라 배신처럼 읽힌다. 그래서 고점에서는 ‘비싼가’의 문제가 아니라 ‘충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커진다. 판단은 숫자 위에 있지만, 감정은 정체성 위에 있다. 고점에서 사람은 기업을 산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종종 ‘우리’라는 감정을 산다.


7. 따라가기가 ‘합리적’이 되는 구조: 정보 폭포와 군집행동

아비지트 바네르지(Abhijit V. Banerjee, 1992)는 「A Simple Model of Herd Behavior」에서 앞선 사람들의 선택이 정보처럼 작동하면서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무시하고 따라가게 되는 군집행동의 단순 모델을 제시했다.


고점에서는 개인이 “내 판단으로 샀다”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앞사람의 선택이 내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이 많다. 앞사람이 들어왔고, 그 앞사람도 들어왔고, 그 연쇄가 길어질수록 나는 내 정보를 들여다보기보다 그 연쇄를 믿게 된다.


줄이 길면 안전해 보인다. 사람이 많으면 검증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들어간다. 고점은 ‘내가 결정한 결과’가 아니라, ‘줄의 길이’가 만든 결과로도 자주 나타난다. 고점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다기보다, 가장 길어진 연쇄가 만든다.


8. 고점에서 사람은 ‘이익’이 아니라 ‘후회’를 피하려 한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1979)는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에서 인간의 선택이 기대효용의 계산이 아니라 손실회피 같은 심리적 편향에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고점에서 매수하는 사람의 마음은 종종 수익률이 아니라 후회다.


“나만 놓치면 어떡하지?”
“내가 안 샀다가 더 오르면 어떡하지?”
“내가 지금 멈췄다가, 나만 뒤처지면 어떡하지?”


고점 매수는 “더 벌겠다”의 욕망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나만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핵심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후회 회피는 고점에서 가장 강해진다. 왜냐하면 고점은 사회적 증거가 가장 크고, 군중의 확신이 가장 커 보이기 때문이다.


결론: 주식시장에서 고점을 피하려면 ‘내가’ 중심이어야 한다.

고점 매수는 한 가지 문장으로 정리된다. 고점은 가격이 만든 것이 아니라, 동조가 만든 것이다.


불확실할수록 남의 확신이 규칙이 되고, 정보와 소속이 동시에 켜지며, 다수의 압력이 의심을 결함으로 만들고, 사회적 증거가 숫자로 쌓여 안전처럼 보이며, 반대 의견은 사라지고, 종목은 ‘우리’가 되고, 따라가기는 합리적 전략처럼 굳어지고, 마지막으로 사람은 수익이 아니라 후회를 피하려 들어간다.


그래서 고점을 피하는 능력은 예언이 아니다. 정보량도 아니다. 고점을 피하는 능력은 멈춤이다. 내가 왜 사는지 한 문장으로 쓰지 못하면 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사려는 이유가 '사람들이 사니까'라면 한번 더 멈춰야 한다. 그리고 불안감이 생긴다면 하루정도 지연시켜야 한다.


고점은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군중심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적 증거는 계속 쌓인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다. 문제는 내가 군중을 볼 때, 그 순간 스스로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왜 고점에서 주식을 사는가? 기업이 좋아서가 아니다. 다수가 확신하는 장면이 내 불안을 잠시 잠재워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잠재운 불안은 하락장에서 더 크게 돌아온다. 고점을 피하는 사람은 정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고점을 피하지 못한 책임은 결국 내가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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