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인가? 계급인가?
한국에서 집을 묻는 질문은 단순한 주거 질문이 아니다.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은 사실상 이런 의미에 가깝다. “당신은 어느 계층에 속해 있습니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집은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신분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다.
단독주택도 있고 빌라도 있고 다양한 주거 형태가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수렴한다.
아파트. 왜 한국 사회는 이토록 아파트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반복된 부동산 상승 경험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강력한 기억을 남겼다.
“집을 사면 오른다.”
이 경험이 축적되면서 아파트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 되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2014)는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21세기 자본)에서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아질 때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격차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아지면 과거에 축적된 부는 생산과 임금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 논리를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적용하면,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산 격차를 확대하는 장치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산 상승의 열차에 올라타려 한다.
하지만 한국의 아파트 집착은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강력한 사회적 의미가 작동한다. 노르웨이 경제학자 토르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99)은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유한계급론)에서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려는 경향을 설명하며 이를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고 불렀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치 있는 재화를 눈에 띄게 소비하는 것은 사회적 명성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바로 이 사회적 신호가 되었다. 어느 지역인지, 어떤 브랜드인지, 몇 평인지.
이 세 가지는 단순한 주거 정보가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읽는 코드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계층을 설명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정작 자산 상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주거 형태는 조금 달라진다. 초고가 자산가들은 대형 단독주택, 고급 빌라,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주거 공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집은 더 이상 투자 상품이 아니라 생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표준화된 구조와 높은 환금성을 가진 대중적 자산 상품이다. 하지만 자산 상위층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 상승보다 희소성과 사생활이다. 그래서 역설적인 장면이 만들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아파트를 원하지만, 정작 부자가 되면 아파트를 떠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 집착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불안이다.
미국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86)은 『Risk Society』(『위험사회』)에서 현대 사회는 개인이 다양한 위험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 사회는 미래와 안전에 대한 불안에 점점 더 사로잡히게 된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 장치로 인식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노후 대비, 자산 축적, 계층 유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사회적 보험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자산이 되고, 신분이 되고, 미래가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통해 계층 상승을 꿈꾼다. 하지만 이 장면에는 하나의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통해 부자가 되려고 하지만, 정작 부자가 된 사람들은 아파트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의 아파트 집착은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결국 한국 사회의 주거 문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위치를 설명하는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