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언어 번역기5

응용편 - "마음대로 해"

by NaeilRnC

자, 가장 중요한 몇 가지 단어의 의미를 알아봤으니 이제는 응용편으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고른 문장이 바로 이것이다.


“마음대로 해.”


우리는 이미 여성언어를 조금 공부했다. 그러니 이제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사례를 들어 보자. 내 여자친구는 술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와 죽이 잘 맞는다. 문제는 내가 가끔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다. 연락이 뜸해지면 여자친구는 걱정부터 한다. 그래서 나에게 일종의 선택적 금주령을 내렸다.


1. 평일에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말 것.
2. 마셔야 한다면 반드시 함께할 것.
3. 주말에도 마찬가지.
4. 혼자 마시는 술보다는 같이 마시는 술을 더 선호할 것.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규칙들에는 중요한 단어가 하나 숨어 있다. 반드시.

하루는 평일에 친구와 급하게 술 약속이 잡혔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보고를 했고,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마음대로 해.”


여기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흔들린다. 겉으로는 허락 같고, 실제로는 전혀 허락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여자친구의 성향을 잘 알고 있어서 여기서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설득을 하든, 달래든, 최소한 그 말 뒤에 깔린 감정부터 본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은 이 문장을 사실상 “싸우자”로 받아들인다.


가장 흔한 장면은 이런 거다. 평일 저녁, 퇴근 준비를 하는데 상사가 갑자기 말한다.


“술이나 먹자.”


이 경우 대부분의 남자들은 집에 먼저 보고를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이 “마음대로 해.”

그 순간 남자 머릿속에는 대혼란이 찾아온다. 특히 이미 잡아둔 약속을 깨야 하는 상황이면 더 그렇다.

이때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다. 많은 남자들은 이렇게 통보한다.


“오늘 못 만나.”
“상사가 부르네.”
“어쩔 수 없어.”


남자 입장에서는 사실 설명이지만 여성 입장에서는 이미 결정된 일을 나중에 통보받는 느낌이 된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다.


“아… 짜증난다. 상사가 지금 술 먹자고 하는데 어떡하지?”


이 문장은 단순한 말투 차이가 아니다. 이 안에는

“나도 이 상황이 싫다”, “너와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지금 너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그러면 많은 여성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난처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생각보다 조금 더 이해해 준다.


결국 “마음대로 해”는 진짜로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다. 대개는 이 뜻에 가깝다.


“네가 지금 나를 얼마나 먼저 생각하는지 보겠다.”


그러니 이 말을 들었을 때 진짜 마음대로 해버리면 안 된다. 여성언어 번역기의 응용편의 교훈은 간단하다. “마음대로 해”는 허락이 아니라, 네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지켜보겠다는 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다만 연애에서는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그러니 사랑하는 그녀가 스스로를 ‘잡아놓은 고기’처럼 느끼지 않게, 먼저 그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게 사랑에도 좋고, 무엇보다 신상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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