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편 - "나 살 찐거 같아"
밥을 먹다가 갑자기 여자친구가 속상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 살 찐 거 같아.”
이 문장은 짧지만 꽤 위험하다. 남자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멈춘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잘못 답하면, 방금까지 맛있던 식사가 순식간에 반성문 타임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당황스러운 건 이 말을 하는 여성들 중 상당수가 객관적으로 보면 딱히 살이 찐 것 같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은 혼란스러워진다. 아닌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여성언어에서 “나 살 찐 거 같아”는 대부분 사실 확인 질문이 아니다. 이 말의 핵심은 몸무게가 몇 킬로 늘었느냐가 아니다. 대개는 이쪽에 더 가깝다.
“나 오늘 좀 자신감이 떨어져.”
“지금 예쁘다고 말해줘.”
“나를 안심시켜 줘.”
그러니까 이 질문은 체형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그런데 많은 남자들이
여기서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조금?”
“아니, 괜찮아 보이는데.”
“원래 좀 통통한 스타일이 귀엽잖아.”
이런 말들은 나쁜 의도가 없어도 상황을 아주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순간 그녀가 원하는 건
분석도 아니고, 균형 잡힌 평가도 아니고, 객관적인 진단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가 원하는 건 대개 아주 단순하다. 안심.
그래서 이럴 때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이렇게 가는 편이 낫다.
“전혀.”
“아닌데?”
“너 원래 예쁜데 왜 그래.”
조금 더 다정하게 가고 싶다면 이렇게 말해도 좋다.
“오늘도 귀여운데?”
“내 눈엔 똑같이 예뻐.”
중요한 건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불안을 먼저 덜어주는 것이다. 물론 가끔은 정말 몸 상태가 예민해서 스스로 민감해진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 필요한 건 냉정한 평가보다 내 편이라는 신호다. 여성언어 번역기의 응용 교훈은 간단하다.
“나 살 찐 거 같아”는 체중 질문이 아니라 안심 질문일 때가 많다. 그러니 이 말을 들었을 때 숫자를 떠올리지 말자. 그녀가 원하는 건 몸무게 분석표가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는 말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연애에서 가끔은 정답을 맞히는 사람보다 빠르게 안심시키는 사람이 조금 더 오래 평화롭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