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76-1

주말은 왜 짧을까?

by NaeilRnC

주말은 이상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가장 빨리 사라진다.


생각해 보면 백수였을 때도 그랬다. 공백기 동안 집에서 내가 주로 한 일은 구인공고를 찾아보고, 이력서를 쓰고, 뉴스를 보는 것뿐이었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하루는 늘 짧았다. 매일 새벽까지 이것저것 붙들고 있다가 기절하듯 잠들었고, 눈을 뜨면 이미 오후가 지나 있었으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사에 다시 다니기 시작한 요즘에도 하루는 짧다. 특히 주말이 그렇다.


주말이라고 더 늦게 일어나지도 않는다. 보통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8시쯤 눈이 떠진다. 쌀을 씻고 밥 먹을 준비를 하면서 잠깐 TV를 보기 시작하는데, 12시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하루는 갑자기 너무 빨라진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벌써 저녁이다.


27일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이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잔업을 하나씩 처리할 차례다. 행사는 끝났지만 진짜 끝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타이틀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과보고서를 써야 하고, 그 뒤에는 본격적으로 ‘나만의’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지만, 어차피 그것도 결국 내 일이다.


어제는 우연히 문화관광연구원의 구인공고를 봤다.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력서를 준비할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밖에서 보면 모든 일은 그냥 ‘할 만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담당자는 매일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그 전쟁은 꼭 바깥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서로 싸워야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말단의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떠안지 않기 위해 버틴다.


잠깐의 주말과 잠깐의 휴식.
예전에는 월요일 출근이 그저 그런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싫어지는 하루가 되었다. 그래서 일찍 은퇴한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럽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단한 재산을 이룬 것도 아니다. 어제 커뮤니티에서 본 한 은퇴자는 아직 50대였는데, 지방에 대출 없는 아파트를 마련했고 남은 여생을 무난히 보낼 만큼의 돈도 모아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은 ‘1인 가구’라는 말도 덧붙였다.

1인 가구가 은퇴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현실적으로 들린다는 점이 더 씁쓸했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녀와 함께 보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같이 누워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그런데 그것이 오로지 나만의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계속 그녀에게 미안했다. 이번 주는 그녀가 바빠서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더 외로울 것 같다.


주중에라도 한 번, 그녀의 회사 앞으로 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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