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시작할 수 있다는 착각

자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by NaeilRnC

예전 직장인들은 퇴사 후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치킨집이나 하지 뭐.”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자영업은 오랫동안 누구나 한 번쯤 들어갈 수 있는 길처럼 여겨졌다. 특별한 자격증이 없어도, 거창한 조직이 없어도, 가게 하나 얻고 간판 하나 달면 시작할 수 있는 세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킨집도 많았고, 피자집도 많았고, 카페도 많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부터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바로 그 착각 위에서 수많은 자영업이 태어나고, 또 사라졌다. 나는 자영업을 쉽게 보는 시선이 늘 이상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메뉴를 만들고, 같은 품질을 유지하고, 다른 손님의 기분에 맞춰 자기 감정을 누르고, 하루 매출이 어제보다 적다고 해서 티도 못 내는 일. 이런 것을 반복하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영업은 밖에서 보면 자유로워 보인다. 내 가게고, 내 장사고, 내가 결정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자유는 생각보다 짧고, 책임은 생각보다 길다. 그래서 자영업은 쉬워 보여도 쉽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쉬워 보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 1957)은 『Models of Man』에서 “인간의 합리적 행동은 환경의 구조와 행위자의 인지 능력 사이의 제약 속에서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자영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은 자기가 볼 수 있는 것 안에서만 판단한다. 자영업을 밖에서 볼 때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대부분 결과다. 손님이 많은 가게, 줄을 서는 사람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 잘되는 듯한 분위기. 거기까지 보면 자영업은 단순해 보인다. 음식 만들고, 팔고, 돈 벌면 되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구조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재료 발주, 원가 계산, 폐기 손실, 고객 응대, 리뷰 관리, 불만 처리, 직원 문제, 임대료, 계절 변수, 상권 변화, 체력 소진, 감정 소모가 동시에 돌아간다. 보이는 것은 장사지만, 실제는 구조다. 그런데 사람들은 구조를 보지 못한 채 결과만 보고 “나도 하겠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을 둘러싼 첫 번째 착각은 여기서 발생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2007)는 『The Black Swan』에서 사람들이 살아남은 사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반복한다고 지적한다. 그의 논지는 간단하다. 우리는 늘 성공을 본다. 오래 버텼고, 줄 서는 식당. 하지만 문 닫는 가게, 보증금을 날린 사람들, 빚만 남은 사람은 절대 보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영업은 늘 쉬워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은 “할 만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다. 자영업은 성공만 보일 때 가장 쉬워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때 가장 위험해진다.


막스 베버(Max Weber, 1922)는 『Economy and Society』에서 “직업의 수행은 책임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영업의 본질을 가장 단단하게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영업을 자유의 언어로 이해한다. 내 가게, 내 사업, 내 결정.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반드시 책임과 함께 온다.


내 가게라는 말은 곧 내 매출이라는 뜻이고, 내 매출이라는 말은 내 적자라는 뜻이며, 내 결정이라는 말은 결국 내 실패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에서는 적어도 책임이 분산된다. 상사가 있고, 동료가 있고, 조직이 있지만 자영업은 다르다. 품질이 흔들리면 내 책임이고, 손님이 화를 내면 내 책임이고, 장사가 안 되면 그것도 내 책임이다.


자유만 보고 들어오는 사람은 대부분 책임 앞에서 무너진다. 그래서 자영업은 자유업이 아니라 책임업에 가깝다. 베버의 말대로라면 자영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모든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는 직업적 호출에 가깝다. 이 세 가지를 겹쳐 보면 구조가 또렷해진다. 사람은 결과만 보고 판단하고, 성공만 보고 착각하고, 자유만 보고 진입한다. 그러니 준비되지 않은 자영업이 늘어난다.


그래서 이상한 가게가 생긴다. 메뉴는 많은데 기본이 안 되고, 실수는 했는데 대응은 더 엉망이고, 음식은 형편없으면서 손님 탓을 먼저 하는 가게들. 치킨과 피자를 같이 파는 집에서 닭다리 하나가 빠졌는데 “소스 더 넣어드렸잖아요”라고 말하는 태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음식이 맛없다는 말에 “그럴 거면 집밥이나 드세요”라고 나오는 장사도 솜씨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애초에 자영업을 무엇으로 이해하고 들어왔는가의 문제다. 자영업을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 기분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순간, 가게는 생겨도 장사는 무너진다.


결국 자영업의 가장 큰 장점과 가장 큰 단점은 같은 곳에 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턱이 낮기 때문에 기회가 열린다. 그러나 문턱이 낮기 때문에 착각도 함께 들어온다. 그래서 자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나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일이다. 시작은 쉽다. 버티는 건 어렵다. 살아남는 건 더 어렵다. 그래서 오래 버틴 자영업자를 보면 존경심이 든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음식을 같은 품질로 내고, 손님의 기분과 상관없이 자기 감정을 다스리며 장사를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착각하는 것이다.

바로 그 착각이 수많은 폐업을 만들고, 수많은 엉터리 장사를 만들고, 수많은 소비자 분노를 만든다.

자영업은 만만해서 들어가는 길이 아니다. 만만하게 보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길이다. 그래서 이 말을 조금 바꿔야 한다. 예전 사람들은 “치킨집이나 하지 뭐”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


치킨집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치킨집조차 아무나 못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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