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 재미없는 이유

우리는 수요일에 진심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by NaeilRnC

또다시 수요일이 돌아왔다. 나는 주중에 술을 마실 때 주로 수요일을 택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처럼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수요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이틀만 버티면 주말이다. 수요일은 늘 한 주를 넘기기 위한 마지노선 같은 날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하나 있다. 수요일의 TV 프로그램은 유독 재미가 없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처럼 억지로라도 보게 되는 것도 없고, 금요일처럼 “오늘은 이거다” 싶은 것도 없다. 리모컨을 몇 번 돌리다가 결국 재방송을 보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그냥 TV를 틀어놓게 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수요일은 가장 애매한 날이다. 주초의 긴장감은 이미 꺾였고, 주말의 기대감은 아직 멀다.

피로는 쌓였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완전히 풀린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수요일쯤 되면 “이번 주 왜 이렇게 길지”, “오늘이 금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요일은 가장 열심히 살아야 하는 날도 아니고, 가장 편하게 쉬는 날도 아니다. 그냥 버텨야 하는 날이다.


방송사도 이걸 모를 리 없다. 시청자는 이미 지쳐 있고, 몰입도도 떨어지고, 언제든 다른 플랫폼으로 떠날 수 있다. 이런 날에 가장 화제성 있는 콘텐츠를 굳이 배치할 이유는 약하다. 그래서 수요일의 TV는 대체로 적당히 무난한 예능, 가볍게 흘려볼 수 있는 포맷, 크게 욕먹지 않을 정도의 콘텐츠로 채워지기 쉽다.


시청자는 거기서 “볼 게 없다”고 느끼고, 방송사는 그 반응을 보며 더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수요일은 점점 비어 간다. 여기에는 술도 끼어든다. 나는 예전에 수요일이면 자주 술을 마셨다. 이유는 단순했다. 집에 가서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음주 패턴을 보면 술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가장 많이 소비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총량이 아니라 성격이다. 주말의 술이 계획된 소비라면, 수요일의 술은 버티기 위한 소비에 가깝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지나며 쌓인 피로, 아직 멀어 보이는 금요일, 애매하게 남아 있는 한 주의 무게.

이 모든 것이 수요일이라는 지점에서 겹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나”, “이 정도는 마셔도 되지”라고 생각한다.

즉, 수요일은 재미를 찾는 날이 아니라 버틸 방법을 찾는 날이다. 그래서 수요일은 TV도 재미없고, 사람도 집 밖으로 나간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집 안에서 버티기가 힘든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가 더 바뀌었다. TV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수요일이 심심해도 그냥 TV를 틀었다. 지금은 아니다. 재미없으면 바로 떠난다. 유튜브로 가고, OTT로 가고, 숏폼으로 간다. 기다릴 이유도 없고, 참을 이유도 없다. 그래서 수요일은 가장 먼저 비워진다. 가장 애매하고, 가장 피곤하고,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일이 재미없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사람이 이미 지쳐 있고, 방송사는 힘을 빼고, 대체 플랫폼은 넘쳐난다. 이 모든 것이 겹치면 결과는 하나다. 그렇게 수요일은 재미없는 날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수요일이 원래 재미없는 게 아니다. 우리가 수요일에 진심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더 정확한 표현은 우리는 수요일을 즐기지 않는다. 그냥 버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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