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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Sep 27. 2021

욕지거리 하다가 느닷없는 덕담샤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업 번창하시고 대박 나세요!!” 

“돈 세다 잠드소서”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소서”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시옵소서”

“생일 축하드립니다.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덕담의 민족답게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는 덕담을 건넨다. 새해는 새해라서, 추석은 추석이라서, 생일은 생일이라서, 그 밖의 날들 역시 그냥 지나기엔 어색해서…. (그마저도 글을 쓴다는 녀석이 신박한 덕담 하나 창조해내지 못한 채 뻔하디 뻔한 진부한 그간의 문장을 사골탕 우려내듯 재탕하고 만다.)     

 

 따뜻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봄날의 온도를 체감한 때가 분명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정형화된 덕담에 무뎌진다. 오히려 뚱해지곤 한다.


“대박 나셔” 하면 “무슨 수로?”

“건강하세요” 하면 “오래 살아 뭐하게?”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하면 “하나라도 이루어지면 소원이 없겠다.” 하는 식이다.    

 

누군가 “잘 지내?”라고 물어오면 늘 하는 대답이 있다. “잘은 아니고 지내기는 해.” 말대로 된다고 했는데….                  

 ‘긍정의 힘’,   ‘시크릿’ 같은 희대의 자기계발서도 내게 오래 머물지 못하고 딴 놈 계발하러 떠나버린 듯하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건데…. 그쯤은 나도 아는데 요즘은 쉽지가 않다.     

 

 길을 지나다가도…. 침대에 누워 멍을 때리다가도…. 양치를 하며 거울을 보다가도…. 나는 스스로 욕을 난사한다. 나의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결국 나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를 꾸짖어 변화해보기를 갈망해보지만 나도 안다. 나는 꾸짖을수록 더욱 움츠러드는 성향의 스몰마인드 자아라는 걸. 우쭈쭈 해줘야 에너지업 할 수 있는 녀석이란 걸.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다이어트를 할때도 치팅데이라는 게 있듯이  욕을 퍼붓다가도 가끔은 기름칠도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별로 내키진 않지만 미워하면서도 사랑해야 하는…. 아니, 사실은 그 누구보다 아끼는 내 녀석에게 덕담을 건네어 본다.    


 “그래…. 그동안 욕해서 미안하다…. 너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러고 있겠니…. 하지만 좀 더 계획적으로…. 좀 더 치밀하게…. 좀 더 부지런히 살았어야 했어!!


 뭐? 계획대로 되는 인생이 어디 있느냐고? 그래도 계획은 하고 살아야지…. 이 새끼야!!!...


 아, 미안…. 또 흥분했네…. 그러니까 내가 말할 때는 자꾸 부정적인 추임새 넣지 말고 그냥 잠자코 들어!!


 이제까지는 지난 과거야. 너의 모든 영광이 과거에 있다 하더라도 넌 과거를 살 수 없어. 털고, 잊고, 다시 일어나야 해.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거라는 명수 옹님의 뼈 때리는 명언 폭격을 맞아도 다시 일어나야 해. 아직 뼈는 붙어있잖아.


 더 이상 ” 다 잘될 거야! “라는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희망의 나라 잡상인 같은 덕담은 건네지 않을게. 하지만, 하나하나 한 걸음 한 걸음 반대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을 거야. 네 힘으로는 절대 못 할 일도. 기적이라는 건 분명 존재하긴 하는 거니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아. 그러니 너도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너 자신을 도와. 뭐라도 좋으니 마음을 다해!! 매일 너를 욕하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네가 잘되길 응원해!.


 충분히 늦었지만 네가 소망하는 것들이 차례차례 이루어지기를…. 무너져 버린 관계가 회복되기를…. 만나면 미소 짓게 되는 즐거운 선함을 지닌 존재가 되기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찾아주는 인간 맛집이 되기를…. 너의 접힐 대로 접혀진 주식계좌도 얼른 회복되기를…. 그래서 네가 꿈꾸는 보편적 행복, 널 닮은 아기와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아름다운 네 신부와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날들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찾아오기를 기도할게!!.     

  

 그러니까, 힘내!! 파이팅!! 하라고 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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