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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May 08. 2023

접착에 관한 때 아닌 집착

작가의 변;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접착하는  스타일이고 싶습니다. 

자력을 잃지 않는  영구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마음 뒤편에   헤어질 결심 따위 준비해 두지 않는   

단극의 자석 같은 인연이고 싶습니다. 



물체와 물체 사이엔 필연적인 간극이 존재한다. 

가까이 두어도 한 뼘의 바람으로 그것들은 흩어지며 

아무리 닿아 있어도 사실은 떨어져 있다.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서로 다른 기능을 하며 

언제라도 떠날 채비를 하는 그들을 하나로 합쳐주는 것은 

접착의 힘이다. 


붙어 있다. 원했던 결과는 아닐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갑갑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고통에 적응된다는 것이고 

슬픔에 역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고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견고하고 미적인 균형까지 갖추게 되었다. 


오히려, 

어떠한 이유로든 접착된 지점으로부터 독립된 순간 

그것은 흉물스러운 민낯이 된다. 


펀딩앱 ‘와디즈’에 자주 현혹 당하는 편이고 

언젠가, 컬러감이 화사하면서도 모던한 외형의 

왠지 비타민 천연수가 나올 것 같은 

다이슨 드라이기를 닮은 샤워기를 구매한 적이 있다. 

그런데, 사용한 지 채 며칠 도 지나지 않아 

핑크색 헤드 덮개가 가발 벗겨지듯 홀라당 떨어져 버렸다. 


아니, 이렇게나 접착이 허술할 수가…. 

무슨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포스트잇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탄생한 역작이라고 한다.) 


업체에 메일을 보내보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피드백이 없다. 


시크한  그들의 무관심 덕분에 

매일 가운데가 휑한 대머리 샤워기로 머리를 감으며 

대머리 공포증이 커져만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가까이 있어도 혼자가 되는  순간은 반드시 있다.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얼마든지 멀어질 여지가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견고하게 잘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머리 샤워기처럼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만난 인연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력을 잃어가고 

조금의 틈도 허용할 생각이 없었던 그들은 

스스로 몸을 돌려 상대를 밀어낸다. 


가까웠던 이들이 멀어지고, 

사랑했던 이들이 돌아서는 모습은 이미 낯설지 않다. 


쉽게 접착했다가 쉽게 떼어낸다. 

붙었다가 떼어낸 자리엔  자국이 선명하다. 

자국을 가리기 위해 다시 어디엔가 서둘러 접착한다. 

접착이 반복될수록 정착은 어려워진다. 


나 역시 그랬다. 

견고한 성이라도 쌓을 것처럼 

차곡차곡 저장된 무수한 사람들의 연락처는 

시간이 흐른 뒤 그저 숫자의 나열에 불과한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아는 사람은 많은데 

내 마음을 알아줄 한 명 꼽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마음이 다해서, 

환경이 달라져서, 

더는 놀고 싶지 않아서, 

딱히 보지  않아도 되어서…. 


셀 수 있는 이유로 셀 수 없는 사람들을 멍하니 지워갔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지워지고 잊히는 그 먹먹한 시간 동안…. 


후회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한숨과 같은 것이어서 

애써 숨을 참아 보지만, 못내 아쉽기는 하다. 


상대방이 바쁠 것 같아서 연락을 안 하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어서 연락하는 사람으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은 사람과 어우러져 

함께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특별하게 누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는 순간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도 전화해 보는 일….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멀어지면 사무치고 맞닿으면 숨이 차는 그 오묘한 간극을 

사랑이라는  접착제로 채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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