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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관 Sep 08. 2022

제주4.3 오페라 순이삼촌: 광화문에 울려퍼지다

우리니라 근현대사의 비극 제주4.3 소재 소설 순이삼촌 원작의 창작오페라

세종문화회관은 예술의전당 및 국립극장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 전문 문화예술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기초가 설계되던 1970년대 후반에 건립되면서 현재까지 가장 규모가 큰 예술공간으로, 서울시청 광화문에 위치하여 민중의 소리를 가장 잘 전달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바로 이 장소에서 제주의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이 2일간 개최되었다. 현기영 작가, 강혜명 총연출, 김수열 대본, 최정훈 작곡가 등의 제작진과, 도립제주교향악단과 합창단, 제주4.3평화합창단과 극단, 도내외 정상의 성악가 및 현대무용단 등 약 250명의 예술단과 제작진이 대규모로 참여하면서 전국적으로도 관심이 집중되었다. 

  오페라는 4막으로 구성되었고 제1막은 8년 만에 돌아온 고향인 제주 북촌의 제사집에서 시작되었다. 2막은 가장 잔인하였던 1948년 북촌초등학교에서의 이야기다. 3막에서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순이삼촌의 내면 연기가 중심이 되었고, 4막은 과거를 회상하고 아픔을 승화하는 대합창으로 막을 내린다. 특히 2막 3장의 옴팡밭에서의 장면은 죽음의 사자들을 연기한 무용단과 순이삼촌의 춤과 음악의 앙상블은 본 공연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점점 미쳐가는 순이삼촌 자신 내면의 갈등을 잘 표현하였다.  하이라이트인 순이삼촌 광란의 아리아 악보를 살펴보면, “작으나 울분에 찬 목소리로, 혼돈과 통곡의 소리, 미처가듯이, 더 거친소리와 악에 바친 톤으로” 등의 가장 처절한 음악적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기를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미친듯이 노래와 몸으로 연기를 하라는 주문이었다. 순이삼촌 역을 실제 미친 여인처럼 완벽하게 몰입한 성악가의 열연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제주4.3은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말로만 들어도 소름 끼치는 제노사이드(genocide: 대량학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이야 제주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70여 년 전 우리의 부모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속 숨허라’ 하였던 그 사건의 이야기이고, 우리 집 또한 그 피해에 예외일 수 없었다. 

  오페라는 문학, 음악, 연극, 무용, 미술 등 예술의 모든 분야가 녹아있는 종합예술로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성악가 등 대규모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작업이다. 예산 또한 만만치 않아 전문 오페라단이 없는 지역이나 예산과 조직을 가진 행정이 아니면 시도조차 어렵다. 

 이 작품 또한 강혜명 총감독과 제작진, 주관을 맡은 제주문화방송의 열정과 제주4.3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또한 예산과 행정을 책임진 제주시와 제주4.3평화재단의 “위대한 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프로젝트였다.  

  제주4·3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아픈 역사이지만 언제까지 어두운 과거로만 묻어둘 수 없다. 교육을 통해, 또는 오페라와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후세들에게 물려주고 기억하게 해야 할 우리의 과제이다.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아리아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을 넘어, 미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기를 꿈꿔본다. 제주의 이야기만이 아닌 세계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또한 우리 제주어 노래와 말과 글이 오페라의 고장 이태리,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유럽에서 불리기를 고대한다. 세계 문화유산인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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