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기억
조용한 새벽, 바위 틈에서 맺힌 물방울 하나가 깨어났다.
그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다만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자신보다 훨씬 크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바람결에 흔들리며, 빗방울들과 부딪히고, 이끼 위를 미끄러지듯 흘렀다.
숲의 웅덩이를 지나, 시냇물을 만나고, 다른 물방울들과 함께 흘러갔다.
모두 다른 기억을 지닌 자들이었다.
산꼭대기 눈녹은 물방울, 오래된 나뭇잎 위의 이슬, 누군가의 눈물이었던 자.
그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섞이고, 합쳐지며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각자 다른 삶을 살았던 물방울들이라면,"
한 물방울이 속삭였다.
"우린 지금 서로의 삶을 품은 거야."
강이 되었을 때,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단지 한 개체가 아닌, 더 큰 존재의 일부라는 것을.
모든 감정과 경험이 흐름 속에 녹아들며, 더 넓은 의식을 이루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파도가 되어 세상을 쓰다듬고, 안개가 되어 하늘을 떠돌며,
다시 비가 되어 떨어지기 전, 그들은 하나의 질문을 떠올렸다.
"나는 누구였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이었는가?"
그 질문은 곧 대답이 되었다.
서로를 살아내고, 받아들이며,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그들은 이야기 그 자체가 되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