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얽힘

보이지 않는 선으로 묶인 존재

by bigbird

양자얽힘

보이지 않는 선으로 묶인 존재

양자얽힘.
서로 다른 두 입자가,
우주 어딘가에서 태어나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얽히면,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운명이 다른 입자의 숨결처럼 따라붙는다.

A가 위를 선택하는 순간,
B는 아래로 결정된다.
시간도, 공간도, 그들 사이를 막지 못한다.
우주는 그 둘을
하나의 문장처럼, 하나의 숨처럼 읽는다.

이 모든 것이
작디작은 입자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지만,
나는 가끔 그 원리를 내 삶에도 투사해본다.

내 걸음은 절뚝인다.
왼발과 오른발 사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고르지 않은 박자.
그러나 그 안에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리듬이 있고,
그 리듬 속에서 나는 조용히 나아간다.

하지만 누군가 내 걸음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면,
그 리듬은 흔들린다.
예기치 못한 긴장,
부자연스럽게 굳어가는 근육,
시선이 나를 측정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여러 가능성 속의 나가 아니다.
나는 하나로 고정된다.
어색하고, 계산된 자세.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양자얽힘’이 떠올랐다.
내 존재도 언젠가, 어딘가의 또 다른 나와 얽혀 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이 방향을 택하는 순간,
다른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내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지금,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고정시키는 이 찰나에,
나는 내 안의 자유로운 가능성들이
차츰 하나의 상태로 굳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걷는다.
그러나 바라보는 눈앞에선,
나는 나를 가장 잃는다.

양자얽힘은
입자들 사이의 신비로운 연결일 뿐 아니라,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線)일지도 모른다.
그 연결이 있기에 우리는 외롭지 않고,
그 관측이 있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얼굴을 선택해야만 한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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