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녹인다’는 것의 진짜 의미
‘인플레이션’, 혹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두 가지를 떠올린다.
화폐 가치의 하락, 그리고 물가의 상승.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더 본질적인 기능이 숨겨져 있다. 바로, 국가가 빚을 녹이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가령 한 국가가 10이라는 부채를 안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며 화폐 발행량을 10배로 늘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표면적으로는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의 구매력은 하락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10이라는 빚의 실질 가치는 1/10로 줄어든다. 같은 숫자의 화폐라도 그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빚을 녹인다’는 표현의 의미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용히, 그러나 매우 확실하게 국가의 부채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