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사람들

[단편소설]

by bigbird

첫 파동

​“팀장님, VOC 민원 또 터졌습니다. ‘LTE가 안 터진다’인데요.”
​정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정후는 무선 통신 현장의 베테랑이자, 단호함 속에 따뜻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5G 구축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헤쳐나가며 밤낮없이 현장을 누볐다. 그의 옆에는 항상 자신감 넘치는 신입사원 지민이 있었다. 2인1조 2개조로 구성되어 활동한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지만 때로는 과감한 결정으로 정후의 속을 태우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정후의 오랜 동료인 현수와, 그들의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인턴사원 보라가 있었다.
​“어디래요?” 정후가 물었다.
​“강남대로 쪽인데, 측정해보니까 망 문제는 아니고요. 건물 옥상에 안테나 장애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민의 보고에 정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야, 지민이랑 같이 나가봐. 보라는 자료 정리 부탁하고.”
​정후와 현수, 지민은 늘 함께였지만, 최근 들어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5G 전국망 구축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 앞에서 정후는 안정적인 방법을, 지민은 혁신적인 시도를 주장하며 사사건건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수는 그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 지민은 정후의 방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팀장님은 너무 보수적이세요. 저는 건물 옥상 대신 드론으로 커버리지 확장하는 방법을 제안했었는데…”
​“지민아, 현장은 데이터만으로 움직이지 않아. 안전이 최우선이고, 변수는 늘 있어. 건물 옥상 안테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정후의 차분한 목소리는 지민에게는 답답하게만 들렸다.

혼선과 잡음

​며칠 후,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여러 기지국이 동시에 먹통이 된 전례 없는 사고였다. 정후는 밤샘 분석 끝에 원인을 찾아냈다. 인근 통신 공동구에서 미세한 열 감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동구에서 열이 감지되었다고?” 현수의 눈이 커졌다.
​“네, 며칠 전부터 미세하게 상승하다가 오늘 급격히 오른 걸로 봐서는… 화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후의 말에 사무실은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통신 공동구는 여러 통신사의 케이블이 밀집된 곳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도시 전체의 통신이 마비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때 지민이 나섰다.
​“팀장님, 제가 드론으로 공동구 내부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화재 지점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화재 진압팀이 오기 전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거예요.”

​정후는 망설였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론을 날리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민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지민아, 알았다. 현수 너는 소방서에 연락하고, 보라는 상황실에 보고해.”

주파수 조율

​통신 공동구 입구,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민은 침착하게 드론을 띄웠고, 모니터에는 공동구 내부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송출되었다. 시뻘건 열기 속, 케이블 일부가 녹아내리고 있었고, 불꽃이 이따금씩 튀어 올랐다.

​“화재 지점 확인했습니다! 공동구 B1 섹터, 우측 케이블 다발입니다!” 지민의 외침에 소방대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정후는 모니터를 보며 지민에게 말했다. “지민아, 드론 좀 더 안쪽으로… B2 섹터로 이동해봐. 거기서도 열이 감지되는 것 같아.”

​“네? B2요? 팀장님, B1만 불이 난 것 같은데요.” 지민이 반문했다.
​“아니야, 내 눈엔 B2도 위험해 보여. 빠르게 이동해!”

​지민은 정후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확신에 망설였지만, 결국 드론을 B2 섹터로 옮겼다. 그 순간, 모니터 화면이 순식간에 붉게 변하며 경고음이 울렸다. B2 섹터의 케이블에서 스파크가 튀었고, 곧이어 거대한 불꽃이 솟구쳤다. 만약 지민이 정후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더 큰 재앙이 벌어질 뻔했다.

​정후는 지민에게 달려가 어깨를 토닥였다. “지민아, 잘했어. 너의 기술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날 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정후와 지민, 현수와 보라는 사무실에 모여 앉았다. 현수는 “역시 우리 팀장님, 현장 감각은 누구도 못 따라가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보라는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모두들 정말 멋졌어요!”라고 말했다.
​지민은 정후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팀장님, 죄송해요. 그동안 팀장님의 경험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정후는 지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미소지었다. “아니, 지민아. 너의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현장 감각과 혁신적인 기술, 이 두 가지가 합쳐져야 완벽한 통신망을 만들 수 있는 거겠지.”
​그날 이후, 정후와 지민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무선 통신 현장의 잡음은 사라지고, 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파동이 도시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첫 파동을 넘어, 더 넓은 주파수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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