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는 선배가 있다.
퇴직 전, 같은 조직 내 다른 부서에 있었지만 점심 산책을 함께할 만큼 가까웠던, 나보다 한 살 많은 선배다.
또 다른 선배는 다섯 살이 많았고,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은 셋이 보기로 한 날이었지만, 자회사에 계신 선배에게서 갑작스러운 불참 연락이 왔다.
그래도 예정대로 만나자며 둘이 약속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회사 인근 거리.
추억이 묻은 골목과 익숙한 풍경이 낯설고도 반가웠다.
원래 가려던 인기 많은 술집은 이른 저녁임에도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그래서 그보다 덜 알려졌지만 실속 있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히려 조용하고 좋았다.
세상사는 이야기, 회사 안팎의 이야기, 사람들 이야기…
말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결국 2차로는 치맥집까지 갔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선배의 모습.
환경이 바뀌어도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그 따뜻함에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른 작별을 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묘하게 따뜻했다.
오늘 만남에 가는 길, 읽을 책으로 에머슨의 『자기신뢰』를 골라 들고 나섰다.
책 속의 문장,
“자기 자신을 믿어라. 당신의 마음속 깊은 직관이 곧 우주의 진리다.”
그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오늘 만남처럼, 변함없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결국 나 자신을 믿게 한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