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

by bigbird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그 순간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아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공기 속에 미묘한 냉기가 흐르고,
말 한마디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생긴다.

분명 예전과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깃든다.
이성은 ‘별일 아니다’라며 애써 넘기려 하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고,
무언가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속은 느낌’이란 게 있다.
겉으론 웃고 있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
말은 다정하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순간들.
그때의 공기는 묘하게 무겁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관계의 틈이 벌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 감정을 피를 나눈 이들에게서 느낄 때면
그 아픔은 배가 된다.
누군가 낯선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워야 할 이들에게서 그 낯섦이 느껴질 때,
그제야 마음의 거리가 얼마나 멀어졌는지 깨닫게 된다.

마음이 멀어지는 일은 갑작스러운 단절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균열의 연속이다.
한마디 말, 사소한 눈빛, 잠깐의 침묵이 쌓여서
결국엔 서로의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그 순간은 언제나 조용하다.
큰 소리도, 다툼도 없다.
다만 서로의 온도가 서서히 식어갈 뿐이다.

오늘도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