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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 속초에서

by bigbird

삶의 여백, 속초에서

여행은 일상의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는 작은 선물이다.
이번 1박 2일간의 속초 가족 여행은 그 선물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끼게 했다.
바다를 따라 걸으며 가족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시간, 속초해변에 새로 들어선 ‘속초아이’를 타며 느낀 설렘, 전에 오지 않았던 새로운 순간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다.

평일 아침, 조식 뷔페엔 북적거림 없이 잔잔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창가 쪽 자리는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 풍경은 왠지 따스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 그 순간만큼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다.문득 시선이 머문 곳엔 한 노부부가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뇌졸중 후유증 때문인지 다리를 절뚝거리셨지만, 밝은 미소로 음식을 직접 가져오셨다.
몸이 불편한 중에도 할아버지의 음식을 먼저 챙겨주는 모습에서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배려와 사랑이 묻어났다.
할아버지 또한 묵묵히 할머니를 챙겼고, 그들 사이엔 삶의 아픔과 기쁨, 깊은 동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아름다운 나이듦이란 바로 그런 모습에서 피어난다는 걸 새삼 느꼈다.오래 전 유럽의 여행지에서 만났던 손을 꼭 잡고 다니던 노부부가 떠올랐다.
그땐 그런 장면이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여행의 끝자락에서, 일상과 여행 사이의 경계는 흐려지고 남은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순수한 행복뿐이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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