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속에서 만난 천사

2021년 1월 6일 퇴근길에 폭설을 만나다.

by bigbird

저녁 7시 퇴근길.


밖에 나오니 눈이 많이도 쌓여있고, 눈발이 많이도 날린다.


실내에서 일하느라 눈 오는 줄 몰랐다. 눈길을 걸으니 신발이 깊이 빠진다.


다행히 마을버스는 다닌다. 옷을 털어도 털어도 쌓인다.


13번 마을버스.


방배동에서 성모병원까지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눈길이라 버스가 거북이걸음이다.


서초역을 지나고 국립중앙도서관도 지나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성모병원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가 많이 막히고 있음을 느낀다.


'사고다. 5중 추돌사고.'


버스도 사고 여파로 진행하지 못한다.

운전기사가 내리면서 문을 열어 놓는다. 조금만 가면 정류장이어서 '내려서 걸어 가리라.' 생각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얼른 모자를 쓰고는 서둘러 걷는다.


"꽈당"


미끄러져서는 정말 '꽈당' 넘어졌다. 머리에도 충격이 느껴졌다. 머리가 아프다.


얼른 일어나서는 인도 쪽으로 걸어갔다. 도로가 빙판길이다. 다시 한번 넘어질 뻔한 걸 겨우 중심을 잡았다. 인도를 걸어 내려왔다. 30미터쯤 내려왔을 때 앞이 잘 안 보이는 걸 알아챘다.


'안경이 없다.'

'아까 넘어질 때 충격에 안경이 벗겨진 것이다'


절름거리며 다시 아까 넘어진 곳으로 안경을 찾으러 갔다. 눈 속에 묻혀 전혀 안 보인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찾는데 안 보인다.


안경 안 쓰고 안경 찾기는 너무도 힘들다.

시력도 좋지 않은 데다가 눈까지 와서 더더욱 안 보인다.


한참을 찾다가 못 찾고 있는데,

"뭐 찾고 있어요?, 혹시 안경 찾고 있나요?"

라며 말하는 젊은 여자가 나를 보며 인도에서 말한다.


"한 세 걸음만 앞으로 가면 있어요."


세 걸음 앞에 가니 뭔가가 있다. 손으로 만져보니 안경테다. 안경일은? 그 곁에 분리되어 있다.


얼른 집어 들고 인도 쪽으로 갔다. 지푸라기를 엮어서 단을 세워 놓았다. 무릎 높이의 단을 길게 세워놓았다. 넘어가려니 손을 내민다. 절뚝이며 걷기에 중심을 잡으라는 배려의 손길이다. 손을 잡고 단을 넘어 인도로 올라왔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참을 찾았는데 못 찾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우산을 내민다. 절름거리며 걸으니 우산을 지팡이처럼 사용하라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어디 사세요?"


"저는 이 근처 살아요. 매일 고개를 걸어 다니고요. 저도 안경 쓰고 오다가 안경에 습기 차서 렌즈로 바꾸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


"지하철은 쭈욱 가시면 나와요."


"네. 고맙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


그 천사는 그렇게 성모병원 앞에서 헤어졌다.


살아가다 보며 만나는 좋은 사람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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