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見物生心)

by bigbird

견물생심(見物生心)


터보메드는 뇌경색 후유증인 족하수를 보조해 주는 기구다.


발끝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 때문에 바른 걸음을 걷기 어려운 사람에게, 다시 ‘걷는 감각’을 되찾아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10년 전, 나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그 후유증으로 족하수가 생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태에 이르기까지는 기적에 가까운 회복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불수에 가까운 상태였고, 좌우를 구분해 보면 우측은 전혀 조절이 되지 않았다.



재활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우측 손이 돌아왔고, 우측 발도 회복되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족하수 증상만큼은 끝내 남았다.


우측 발끝을 들어 올리는 근육과, 그것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발등을 마음대로 들 수 없게 된 것이다. 뇌경색이 남긴 분명한 흔적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추천받은 재활 보조기들은 솔직히 불편했다. 착용감도, 실생활에서의 활용도도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다 터보메드를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터보메드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수입 총판에 예약을 하고 직접 가서 착용해 보았다. 보행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느낌이 있었고,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구매했다.



터보메드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발 선택도 중요해졌다.


다이얼로 끈을 조절할 수 있는 네파 운동화가 잘 맞았다. 신고 벗기 편하고, 고정력도 좋아서 한동안은 줄곧 네파 운동화만 신었다.



그런데 허리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운동화 무게’를 떠올리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신발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또 다른 운동화를 구매했다.


가볍기는 했지만, 신고 벗는 과정이 생각보다 불편했다.



다시 검색을 하다 보니 슬립인 운동화를 알게 되었다.


신고 벗기 편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가볍고 편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발등 부분의 천이 얇다 보니 터보메드의 압박으로 발등이 쓸리고, 붓는 일이 잦아졌다.



또다시 검색.


이번에는 DZ(Double Zip) 제품을 발견했다. 슬립인은 뒤축이 단단해 신고 벗기 편한 대신, 발등이 얇아 상처가 생겼다면, 이 제품은 지퍼를 내려 발을 넣고 다시 올리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다. 천도 두툼해 보였고, 상처 걱정도 덜할 것 같았다.


국내에는 판매처가 없어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 했다.


그냥 있는 것으로 활용해 보고나서 구매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슬립인 운동화에 추가로 스케이트 선수들이 사용하는 발등·발목 보호 밴드를 구매해 함께 사용하니, 다행히 상처는 나지 않았다.



불편하면 찾게 되고, 찾다 보면 해결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신발이 늘어났다. 터보메드와 함께 사용하는 신발만 벌써 다섯 켤레가 되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다른 하나가 부족하고, 그 부족함을 해결하려 새로 구매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말이 있다.


견물생심.



이제는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처음 터보메드를 만났을 때, 그 자체로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운동화의 무게와 소재, 구조를 따지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이렇게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라는 사실이다. 그 점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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