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욕

by bigbird

소유욕


책을 스캔하면 출퇴근길에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은 충분하고, 방법도 마련했으니 자연스럽게 읽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파일이 손에 들어오자 책은 열리지 않았다.


일단 소유하고 나면 보지 않게 되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읽을거리를 ‘갖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나중으로 미뤄둔다.

언젠가 볼 수 있다는 안도감이 지금의 행동을 대신한다.


그래서 배움에는 대개 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까운 마음이 생겨서라도 책을 펼치게 되고, 강의를 듣게 된다.

지불한 비용이 의지를 대신 떠밀어 주는 셈이다.


음향시스템 책을 구매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기 어려워 스캔을 떠 파일로 만들어 두었다.

완벽한 준비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책은 열리지 않고, 출퇴근길에는 클래식 음악만 흘러나왔다.


O FORTUNA를 들으며 기운을 얻는다.

음악에는 분명 힘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


나는 공부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

그런데 인간의 의지는 얼마나 나약한가.

열정을 가지고 구매한 책은 어느새 ‘바쁘다’는 핑계 뒤로 밀려 있다.


알고 싶은 욕심은 크지만,

하고자 하는 열정은 어정쩡하다.

이건 단순한 소유욕에 불과한 걸까?


아니다.

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처음이 아니라, 다시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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