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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ug 29. 2020

  비가 오는 탑골 공원 앞에서

우산을 씌워주는 친절

종로거리는 그냥 걷기만 해도 좋다. 남녀노소 늘 인파로 붐비는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자면 까맣게 사람이 모여 파란 신호를 기다린다. 종로구민인 필자는 걷기 좋은 날엔 종로 1가에서 5가까지 도심 산책을 즐긴다.

1가에서 5가 사이, 종로 3가다. 종로에서 가장 정겨움이 느껴지는 거리.

피카디리, 단성사 등 극장이 있던 거리.

골목골목엔 음식점이 즐비하다.

메뉴도 없는 게 없다.

적당히 기분 좋게 비가 오는 날엔

유난히 기분 좋게 들리는 전부 치는 소리가 난다.

오래된 전집에서...
그리고 그 중심에 공원이 있다.

탑골공원.

필자가 사랑하는 막내 이모와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지에 사시는데 좌석버스가 종로 3에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만 건너면 탑골공원이니

지정장소로 정해졌다.

이렇게 저렇게 친근한 탑골공원.

주로 노년층이 많이 모인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온라인과 탑골공원이 합쳐진 신조어다. 주로 30~40대가 즐겨보는 음악방송콘텐츠다. 원래는 90년대 후반 음악방송이었던 <SBS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던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를 가리키는 말이다. 점차 그 시기의 영상을 보여주는 각종 채널과 이러한 문화를 향유하는 뉴트로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그 뜻이 확대됐다.

사 상식사전ㅡ네이버》


온라인 탑골공원 GD, 탑골 GD는 양준일이 'JTBC 슈가맨 3'에 출연하기 몇 달 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외모나, 패션 등 GD 닮은꼴로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양준일이라는 가수를

귀환하게 한 시작이다.




지난 6일 채널 다이아 '재부팅 양준일 EP-13번째' 부제는 '탑골 인 더 레인'이다. 촬영 당일 비가 온다. 양준일은 물론 제작진 모두 우비를 입고 있다. 제작진은 양준일에게 '탑골'의 의미를 일깨우며 미션을 준다. 코로나로 공원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미션은 25명의 시민들과 4장씩 100장의 사진 찍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차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준비가 된 촬영버스, '인생 네 컷, LIFE 4 CUT'이란 글씨가 크게 보인다. 미션의 시작 전에 제작진은 양준일에게 '가나다라마바사'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한다.

비가 오는 종로 3가 탑골공원 앞에서...


(무대위인듯 열심 춤을추는 양준일)


설마 했다. 진짜 우비 입고 '가나다라마바사' 첫 소절을 음악 없이 노래하며 춤까지 춘다. 우비를 입고 있는데도 양준일인지 알 정도로 무대에서 하듯 노래를 한다.
미션이 시작된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사진을 찍자고 해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반대로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부탁받는 게 훨씬 편하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여행객인데도 그렇다.

재부팅 미션의 대상은 심지어 팬이 아닌 일반시민이다. 게다가 비 까지 온다. 내가 양준일이라면 거절을 했을 수도 있는 미션이다. 아니 뭐든 하니 양준일이다.
쉽지 않은 미션을 해낸 양준일. 사진을 함께 찍자는 양준일의 부탁을 들어준 시민 덕분이다. 물론 여러 번 거절도 당한다.


거절을 당할 때 양준일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과거 팬사인회 때 사인을 받으러 오는 팬도 없었지만 사인을 받자마자 그의 얼굴 앞에서 사인한 종이를 버리는 일도 있었다는 양준일.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고 그에게 무대는 늘 차가웠다.

외면과 차가움에 익숙했던 과거의 아픔은 어쩌면 지금 뭐든 할 수 있는 양준일을 있게 한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미션 내내 양준일의 친절함에 시선이 멈춘다. 비가 오니 차 안에 들어가고 나올 때 미션 참가자들이 꽤 불편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양준일은 우산을 펴준다. 진실이 담긴 친절이 보인다.


'친절'은 '윤리적 특성, 유쾌한 기질,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표시되는 행동'을 말한다. 자신과 함께 사진 찍기를 허락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마음과 배려가 보인다.


''친이란 어떤 대가가 아니라, 도우미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도움받는 사람 유익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우산을 펴주는 일은 작은 일로 보일 수 있다.

작은 친절을 실천하지 못하는데,

대단한 친절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진실한 마음이 있다 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몸에 배어있는 친절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미션을 종료하고 주어진, 신곡 홍보 타임에서

양준일은 다시 달리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즐겁게 달리길 응원한다.
Rocking Roll Again!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초고: 2020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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