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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ug 30. 2020

준일 아저씨, 고민 있어요~~

XYZ 얽힘의 미학, 지존이다


프로듀서(producer), 약어로 피디는 연극 ·영화 ·방송 등에서 기획 ·제작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라디오에서는 프로듀서가 연출을 겸하는 형태가 지배적이나, 텔레비전에서는 업무내용이 복잡하여 차차 연출과 분화되고
있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듀서의 기획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인재를 모아 독자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을 프로듀서 시스템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발달되어 있는 이 제도는 실패의 위험성이 많은 반면,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식백과ㅡ네이버》




실패의 위험성이 많은 반면,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프로듀서 시스템이 빛이 발하는 콘텐츠가 있다.
채널 다이아의 '재부팅 양준일'이 그것이다.


지난 27일 채널 다이아 '재부팅 양준일 EP-16번째' 부제는 '준일 아저씨 고민 있어요.'다. '직끔 상담소'라는 새 코너를 맡은 양준일이 상담소장으로서 어린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것이 콘텐츠 내용이다.


X세대  양준일이 상담소장이다.

Y세대 풀하우스 제작진이 양준일과 게스트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Z세대인
8살 여자아이와 6살 남자아이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XYZ가 얽힌다.

얽힘이 아름답다.

얽힘의 미학, 그 끝판을 보여준다.

얽힘의 지존이다.


(메일을 못쓰시는 분들)


제작진: 오늘도 상담의 연장인데, 메일을 못 쓰시는 분들 이어서...
양준일: 아~~~ 나이가 많나 봐요.
제작진: 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모신...

도입부터 신선하다. 메일을 못 쓰시는 분들이 등장한다. 두 귀여운 꼬마 손님들이다. 반전이다. 메일을 못 쓰시는 분들 맞다. 게스트의 반전만으로도 구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게다가 게스트의 캐릭터가 한시도 눈을 못뗄정도로 재밌다.
50대 양준일과 6세 꼬마의 상담이 시작된다.




6세 남아의 첫 번째 고민은 두 명의 여자 친구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양 소장에게 고민을 던진 꼬마 녀석은 둘 중 한 명을 정했다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라온: ㅇㅇ가 저한테 말을 잘 안 걸어요. 남자 친구가 생겼어요. 망했어요.''

대략 난감이다.

양준일: 다른 남자가 생겼구나. 근데 너 귀여워서 인기 많을 것 같아.
라온: 오우~그건 맞죠.

이건 모 6세인지 16세인지 헷갈린다.
암튼 흥미진진하다.




8세 여아 나의 고민이다.

규나: 아빠랑 결혼을 하고 싶은데 제가 크면 아빠가 늙어서 할아버지가 될 까 봐 고민이에요.

규나의 고민을 듣고 양 소장이 답변을 하려는 찰나에 라온이 훅 들어온다.

라온: 결 사 반 대!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조합이지. 어디서 저렇게 깜찍한 꼬마들을 모셔왔지? 점점 빠진다.

규나가 결혼할 나이가 되면 그땐 아빠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거라는 게 양 소장의 답변이다.
절대 그럴 순 없다는 규나, 두고 보자는 양 소장... 이때 깜빡이도 안 키고 또 훅 들어
오는 라온.

라온: 딴 남자랑 결혼하면 되잖아.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 말이야 나!!!

빵 터졌다. 모두 포복절도다.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난다. 10억짜리 자동차 마이바흐를 아는 라온. 양 소장은 6살 맞냐며 기절초풍이다.




라온이의 두 번째 질문이다.

라온: 공부도 안 하고 싶어요. 학교도 안 다니고 싶고...
양 소장: 뛰어다니면서 하면 돼.
라온: 뛰어다니면서?
양 소장: 뛰어다니면서 하면 공부같이 느껴지지가 않잖아.

어떻게든 공부를 하겠다는 대답을 들으려는 양 소장은 놀이터에 가서 하면 어떠냐는 등 방법을 제시하지만 한방에 무시당한다. 라온이는 이번에도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라온: 그냥 공부할게요.(시크하게)

그야말로 50대의 양 소장 잡는 6세 라온이
의 케미가 환상이다.





규나의 두 번째 고민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엄마가 싫어하신다는 문제이다.
양 소장은 남의 강아지를 키워보는 경험을 해보라고 한다.
이번엔 규나가 훅 들어온다.

규나: 근데...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아까 전엔 안 똑똑하다 했는데 갑자기 똑똑해졌어요?
양 소장: 누구, 나? (급당황하며) 내가 뭐라고 한 게 똑똑한 거였어? 그건 경험에서 오는 거야.

양 소장의 경험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
섭게 규나는 천연덕스럽게 몸을 흔들며 노래를 한다.

규나: 인생이 최고~~~~ 야.

눈물이 또 난다. 이게 얼마만인가. 눈물 나도록 웃기는 콘텐츠.

트로트를 부를 줄 안다며 한 곡 더 하는 규나. 이번에는 '미아리 고개~~~'를 뽑는다.
라온도 질세라 노래 솜씨를 자랑한다.

라온: 사라~ㅇ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는 유행어가 절로 나온다.

한 술 더 떠 양 소장이 할 말을 유나가 툭 던진다.




규나: 상담방이 아니라 노래방이 됐네.

라온에게 양 소장이 '너 사연이 많구나~~~'라고 하자 한 곡 더 하겠다는 라온.
분위기는 지금 절정이다.
마침내 라온이 양 소장을 '형'이라 부른다.

라온: 다른 곡 하나 더 해주까 형?
양 소장: 엉 또 해봐.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규나가 합류한다.

라온ㆍ규나: 막걸리 한잔~~~ 에에~~
라온: 온 동네 소문났던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
규나: (어깨춤을 추며) 찐, 찐, 찐, 찐, 찐이야 완전 찐이야~~~
라온: (화들짝) 영 탁아냐?




미니 리사이틀을 본 기분이다. 도대체 대본대로 외워서 한다 해도 도저히 연출될 수 없는 장면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예능 신동들이다.

라온과 유나의 트로트 공연에 정신줄을 놓은 양 소장에게 결정적인 펀치가 날아온다.

라온: 고민 상담은 왜 안 해?
갑자기 트로트나 부르고!

정말 떼굴떼굴 구르며 웃었다.

이쯤 되니 주객이 전도된다.
양 소장이 아이들에게 고민상담을 한다.
두 명의 피디 중 누구와 잘 지내야 할지가 고민이라는 양 소장.

규나는 성격을 보고 결정하라고 한다.
규나는 18살도 28살도 아닌 8살이다.

에이스 피디는 잘 삐지고 탑건 피디는 화를 잘 낸다는 양 소장의 말에 화를 잘 내는 쪽이 더 낫다는 규나.
이유는,
삐지는 사람은 헤어져야 하니까...
에이스 피디가 그 사람이 자기라고 말하자,
에이스 피디의 얼굴에 삐짐이라고 쓰여있다는 규나. 심지어 마스크에도 쓰여있단다.




에이스 피디의 얼굴에, 어깨에, 허리에
삐짐이라고 쓰여있다는 양 소장.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끝난다.

10분짜리 유쾌한 가족 시트콤을 본 느낌이다. 6세, 8세랑 눈높이를 맞춰 동심에 동심된 양 소장.

'재부팅 양준일 EP-16'의 부제, '준일 아저씨 고민 있어요'는 양준일 소장이 아니면 불가능한 콘텐츠다.

다시 한번 톡톡 튀는 풀하우스 제작진의 상큼한 기획력에 박수를 보낸다.

XYZ의 얽힘이 이렇게 유쾌할 수

있을까.

X와 Z를 훌륭하게 연결한 Y의

이해와 존중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보고 또 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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