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법개혁

검찰 상황에 관련된 한 두 가지 생각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5)

by 금태섭

최근 검찰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진상을 알지 못해서 직접적으로 논평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번 일을 포함해서 검찰권의 행사와 관련한 일들을 보면서 몇 가지 염려되는 점이 떠올라서 간단히 써본다. 아랫글은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아니다.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다는 평가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직권남용죄'가 남용되는 것이 아닌가


검찰에 있을 때 부당(하다고 나는 생각)한 지시를 많이 받아보기도 했고, 정면으로 그 지시를 들이받거나 온갖 전략전술을 동원해서 우회해 보기도 했고, 검찰 최고위 간부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고 기소하기도 해본 입장(주임검사는 부장검사였고 나는 수사팀에 속해 있었다)에서 말하는 건데, 최근에 직권남용죄의 적용이 너무 많아진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든다.


우리 판례에서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는 매우 적다.  


형법 교과서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농수산물 도매시장 대표이사에게 요구해서 일부 시설을 수의계약으로 대통령의 근친에게 임대하게 한 사건과 검찰 고위간부가 내사를 진행하던 검사에게 부당하게 내사를 그만두도록 지시한 사건이 예로 나올 뿐이다. (두 번째 사건이 중수부에 있을 때 수사했던 사건이다.)


법원이 이렇게 직권남용죄의 인정에 신중한 이유는, 자칫하면 정당한 지시 혹은 지휘가 위축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도 직권남용죄의 성립 요건은 대단히 까다롭다.


형법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형법 제123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주 거칠게 얘기하자면, 직권남용죄의 성립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첫째로 '직권' 즉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에 포함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보좌관에게 커피를 타오게 하거나 이삿짐 나르는 일을 시킨다면 그건 직권남용이 아니다. 그냥 갑질이고 나쁜 짓일 따름이다. 국회의원의 직무상 권한에는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타오게 하거나 이삿짐 나르는 일을 시키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 이런저런 압력을 가한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직무상 권한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이게 어려운 부분인데) '사심으로 가득 찬, 나쁜' 동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장관이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으로 -예를 들면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나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공무원을 한직으로 보낸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식당 영업허가를 신청한 사람의 외모가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역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단순히 틀린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 직권남용이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주임검사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검사장이 증거가 충분하다고 기소를 지시했다고 해보자. 그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검사장이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고 할 수는 없다. 그 피의자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었거나 기타 다른 부당한 이유가 있었어야만 직권남용죄가 된다. 지휘권이 있는 평검사에게 검사장이 기소, 불기소 지시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일 뿐이다. 설령 결과가 틀렸더라도 그렇다.


그런데 이게 어려운 이유는 사실 사람의 동기라는 것이 일도양단으로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입관이나 사심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스스로는 어떤 '근거'가 있어서 그런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고, 실제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 개인적인 편견이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틀린 결정이나 지시를 문제 삼자고 달려들면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직권남용죄를 인정하게 될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지나치게 그 방향으로 가게 되면 공무원의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을 조장하게 된다.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견해 차이도 마찬가지다. 하급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와 반대되는 결정을 하라고 지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직권남용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대법원이 1심이나 2심의 판결을 뒤집는 경우도 직권남용으로 보게 될 위험성이 생긴다. 실무자와 지휘자 사이의 판단이 다르다고 해서 항상 직권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휘자에게는, 실무자가 틀렸다고 판단했을 때 개입해서 교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지휘자에게 비정상적인, 나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직권남용죄를 엄격하게 인정하던 경향이 크게 변화한 계기는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국정농단 사건 때문이다. 대통령이 아무런 공식적 지위가 없는 최순실로 하여금 사실상 국정 운영을 지휘하도록 한, 정말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말만 듣고 정당한 근거나 절차 없이 공무원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면서 날려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직권남용 사례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직권남용죄를 신중하게 인정했던 취지가 잊혀서는 안 된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후과이기는 한데, 우리는 대체로 상사의 지시를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실무자의 의견과 상사의 의견이 다르고, 결과적으로 상사의 의견이 관철되면, 부당한 '압력'으로 보는 때가 많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애초에 상사가 지시를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일반적으로는' 상사의 지시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상사의 지휘를 인정하는 이유는 직접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잘못을 교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적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수사 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영어권에서도 수사기관에 대해서 'over-zealous'라는 표현을 쓴다. 수사를 하다보면 오바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사실 현장에서 수사를 할 때는 그런 '지나친 열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잘못 이루어진 지시나 결정은 고치고 바로잡아야 하지만 직권남용죄가 남용되는 것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려면 결과적으로 그 지시가 옳았는지 틀렸는지와 함께 어떤 동기가 숨어있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단지 실무자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은 별도의 기관에 속해야 한다


최근 검찰에서 있었던 갈등의 원인도 역시 검찰의 권한 독점 때문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도 검사, 그 사람을 지휘하는 사람도 검사다. 지휘자는 인사에 관한 권한도 있다. 그러다보니 의견이 다를 때 실무를 담당하는 검사는 '압력'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어떤 사람을 소환하거나 혹은 구속하려고 결재를 받으려는데, 부장검사나 검사장이 반대하면 평검사 입장에서는 항의하기가 어렵다. 윗사람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수사를 하는 기관과 수사지휘 및 기소를 하는 기관을 분리하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은 수사지휘 및 기소를 하는 식으로 구분을 하면 수사지휘(명칭은 바꾸어도 좋다)도 검찰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지휘보다 더 공식적이 되고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압력'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판사가 무죄 판결을 한다고 해서 검사가 압력을 느끼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수사권 조정 논의가 '수사권/기소권의 분리'가 아니라, '수사지휘권의 범위 조정'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가끔 검찰에서 중요 사건이나 특히 검찰 내부 인사가 관계된 사건이 있을 때 '특임 검사'라는 걸 만들어서 지휘는커녕 아예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별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공식적인 보고가 없다고 해서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사적 라인으로 흐를 위험만 생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피해 보려는 편법이라고 본다. 특히 검찰 자체의 비리와 관련된 사건은 당연히 별도의 기관에서 수사해야 한다. 검찰의 문제는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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