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4)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대한민국 검찰의 모든 문제는 결국 하나의 기관이 수사, 수사지휘, 기소, 공판관여, 형집행까지 형사절차의 전반에 걸친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했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1) PD수첩 사건, (2) KBS 정연주 전 사장 사건 등은 하나의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농림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론 구성을 해서 기소하거나, 소송과정에서 법원의 권고에 의해서 국세청과 합의를 한 것을 배임죄로 기소하는 것은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과 기소를 결정하는 사람이 달랐다면 생각하기 힘든 결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를 하지 않은 사건의 대표적 예로 꼽히는 (3)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사건(삼성 특검과 에버랜드 사건 등등 포함) (4)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BBK나 다스, 도곡동 땅 사건 등을 보더라도 역시 문제는 검찰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하나의 기관이 수사와 기소 여부 결정을 다 하니까 사건을 덮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 박근혜 특검에서 봤듯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기관이 공정한 수사를 하고 큰 성과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는 이미 촛불시위가 한참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마저 조기 퇴진을 얘기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정권이 검찰을 강력히 통제할 때 생긴다. 문재인 정부에서야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제도로서 검찰개혁을 얘기할 때는 어떤 정권 아래에서든지 검찰의 권한 남용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때문에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떼어내는 데 있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정답이다.
다만, 피의자나 피해자와 직접 맞닥뜨려서 수사를 하는 기관(경찰)은 필연적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기관(검찰)이 견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이름을 수사지휘로 부를 수도 있고, 수사협조로 부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오면 주제가 수사권이 아니라 수사지휘권의 문제로 흐른다.
앞서 예로 든 (1) PD수첩 사건, (2) 정연주 사건, (3) 삼성사건, (4) 이명박 BBK, 다스 도곡동 땅 사건이 대표적으로 검찰이 잘못했다고 지탄받는 사건들인데, 이런 사건들은 수사지휘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수사지휘권을 배제하고 경찰에 사건종결권을 주는 제도가 이미 있었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사권 조정을 검찰의 수사권 배제가 아니라 수사지휘권 문제로 보는 것은, 문제의 진짜 원인을 보지 못하고 실제 원인이 아닌 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사지휘권을 중점적으로 보는 입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까지 문제가 되어온 '특수수사'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서는 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다.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배제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겠다는 사건들은 소위 '민생범죄'로 불리는 street crime들이다. 말하자면, 음주운전, 교통사고, 폭행 등등의 사건이다.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사건들 때문인 것은 아니다. 이런 사건들은 치안에 관한 것인데, 대한민국은 치안 상황이 매우 우수하다. 또한 민생범죄는 사실상 99% 이상 경찰이 다 처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권 조정이란 결국 현재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현실을 단지 법제화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 부분에 수사지휘권을 배제하고 수사종결권을 준다고 하더라도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거나 당사자가 이의 제기를 하면 사건을 검찰에 보내는 규정을 둘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과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 권한을 분배하기 위한 논의가 아니다. 두 기관이 서로 양보하거나 협의하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도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수사권 조정은 범죄수사나 기소와 관련해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렇다면 수사지휘권이 아니라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수사지휘권' 문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시선분산형 의제(bogus issue)'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원칙이고 거의 예외를 찾아보기 어렵다. 뉴질랜드의 경우 경미한 사건은 경찰이 기소까지 하는데, 그 경우에는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과 기소를 담당하는 경찰의 지휘계통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음주운전 등 사소한 사건들까지 검찰에서 다시 보충 조사를 한다. 경찰에 종결권이 없다. 다만 극히 일부의 예외(일본에는 특수부가 전국에 딱 3개 있다. 대한민국은 서울에만 수십개의 검찰 인지수사 부서가 있고 심지어 검찰 형사부에서도 단속이나 범죄인지를 한다)를 제외하면, 수사는 경찰이 한다. 이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진짜 문제는 민생치안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사건, 대기업 관련 사건이다. 검찰 특수부에서 수사와 기소까지 다 하고 아무런 통제나 견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권을 배제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이다.
오늘 경향신문 1면에 실린 기사가 어디까지 사실확인이 된 것인지는 궁금하지만,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수사권 배제가 아니라 '수사지휘권 배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핵심이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검찰의 수사권을 배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