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3)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은폐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검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서 논쟁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현재의 수사팀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대체로 두 가지 사유를 든다.
첫째는 지금 이루어지는 수사가 '정권의 하명'을 받아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비난이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조선일보 사설 등)
둘째는 '망신주기식 수사'였다는 것이다. 적법절차 준수 혹은 인권침해에 관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한국일보 기사 등)
이에 대해서는 물론 강력한 반론이 제기된다.
국정원의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은 명백한 불법으로 이미 사법부의 판단도 내려진 상태다. 이런 범죄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고 가짜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게 한 행위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고, 따라서 이번 수사를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비판하거나 혹은 무리한 수사라고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합당한 지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이 있지만, 여기에 대한 의견 개진은 잠깐 보류하고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 얘기를 해보고 싶다. 검찰의 역할 문제다.
수사는 그 속성상 인권침해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사람이 적대감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살인 사건 용의자를 밤새워 조사하고 자백을 받으려고 하는 경찰관이 무슨 특진이나 혹은 성과급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죄를 저질렀다는 강력한 심증이 드는데 이런저런 변명을 하는 피의자를 보면 누구나 '열이 받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죄를 자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게 된다. 수사관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자칫 인권침해 위험성이 생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인 경우에는 편향성 시비가 생기기도 한다. 수사는 생물(生物)이라 아무리 좋은 의도로 아무리 정당하게 권한 행사를 하더라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직접 수사를 하는 사람이나 혹은 수사를 하는 조직에 속한 사람은 그런 문제제기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할 입장에 설 수가 없다.
일단 경험적으로 불가능하다. 옆방 검사가 수사하는 사건 혹은 동료 경찰관이 조사하는 사건에 대해서 제3자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또한 만약 정말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한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믿어주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 공정하게 수사했다."라고 하는 말은 평가가 아니라 당사자의 주장일 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만들어진 기관이 검찰이다. (검찰은 경찰보다 훨씬 나중에 생겼다)
원래 수사는 경찰이 한다. 현장에서 용의자와 맞닥뜨려서 조사를 하는 경찰관은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수사 현장에서 한발 떨어진 검사가 수사과정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정치적 영향력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은 없었는지 살피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검사가 우수한 사람이고 경찰관은 그보다 못한 사람인가 하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직접 수사를 하는 사람이 아닌 제3의 기관이 인권침해와 공정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에 따른 것이다.
다시 우리의 상황을 보자. 다른 거의 모든 국가와 다르게 대한민국은 중요한 사건은 예외 없이 검찰이 수사한다.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25개의 부 중에서 13개가 특수부, 첨단수사부 등 직접 수사를 하는 부서다. 지금 이루어지는 적폐청산 사건 수사는 모두 검찰이 담당한다. 그렇지 않아도 '단일 검찰청으로 세계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검사가 모자라서 다른 검찰청으로부터 수십 명의 검사를 파견받은 상태다. 다른 나라에서 경찰이 하는 역할을 우리는 검사가 하는 것이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 검사는 사실상 경찰 역할을 하는 셈이라서, 역설적으로 검사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검사가 하는 수사에는 검사가 없다!
그러다가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수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정치적으로도 편향되지 않았다고 누가 보증해줄 수 있는가. 정당한 수사라고 해도 수사를 받는 쪽과 언론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기소와 수사지휘(지휘라는 용어는 다른 말로 바꾸어도 좋다.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보증하는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직접 수사는 경찰에 맡겨야 한다.
이번 수사를 경찰이 담당했다고 가정해보자. 검찰은 수사 현장에서 한 발 떨어져서 수사의 필요성, 절차의 적법성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기 때문에 피의자 측이나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 공방을 벌이게 될 뿐이다. 정당한 수사가 부당한 시비로 어려움을 겪을 위험성도 커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이 이번과 같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거나 혹은 최소화하는 길이다.
* 아래는 적폐청산 수사에서부터 세계 공통의, 정상적인 수사구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