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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Mar 09. 2021

"소설의 기능 자체가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태섭의 <금씨책방> 50 - 금색 공책

"......일주일에 열권 이상의 책을 읽어대며 서평을 쓰던 석달간 깨달은 것이 있다. 그 책들을 읽을 때 가졌던 관심은 가령 토마스 만을 읽을 때 느꼈던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 만은 작가라는 단어가 지닌 고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마지막 작가, 즉 삶에 관한 철학적 발언을 하고자 소설 형식을 차용한 작가였다. 중요한 건, 소설의 기능 자체가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언론의 전초기지가 되어버렸다. 이제 우린 낯선 분야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미군, 탄광촌, 첼시의 사교계 인사들 따위. 말하자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알아보기 위해 읽는 것이다.


오백에서 천편 가운데 단 한편만이 소설을 소설이게 하는 자질, 즉 철학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대부분의 소설과 탐사 보고서를 같은 종류의 호기심으로 읽고 있다. 조금이라도 성공적인 대다수의 소설은 아직 독서 대중 일반의 의식망에 들어오지 않은 어떤 사회 분야나 인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고한다는 의미에서만 독창적이다......"


도리스 레싱 <금색 공책(1962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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