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지난 며칠 간 깊은 침잠의 시간을 보냈다. 이 글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또 찾아올, 반복된 그 순간을 위한 회고다.
100일 같은 10일이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밀려오는 소진의 파도 속에서, 나는 깊숙이 가라앉은 채 표류했다. 이런 시간을 겪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수십 년의 세월에서 매번 나를 찾아오는 당연하고 익숙한 파도였다.
그 익숙한 감정의 파도는 역시나 피할 수 없었고, 여전히 감내하기 어려웠다. 다만 겪으면 겪을수록 감정의 파장이 이전보다는 조금씩 짧아지고, 진폭도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는 이 순간을 버티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며 어떻게든 잊으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순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나 스스로와의 대화이며, 충분한 인내와 침묵임을 알기에, 그렇게 했다.
소진의 폭풍을 지나, 지금의 나는 어느 날의 나처럼 다시 돌아왔다.
침잠의 시간 동안, 나는 언제나처럼 약했다. 그래서 몰아쳐오는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은 언제나 인내에 있었고, 나를 구원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 사실 하나만을 굳게 믿고 이 시간을 견뎌냈다. 막을 수는 없어도, 견뎌낼 수는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면 주마등이 스쳐가는 것은 몸이 생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이번 침잠의 시간 속에서도 내 몸은 감사하게도 마치 주마등처럼, 과거에 겪었던 고통의 순간을 이겨냈던 기억들을 떠올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나를 일으켜 세웠던 수많은 순간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나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힘든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이런 파도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었을 때, 이 순간이 언젠가 반드시 끝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그 명제를 나 스스로에게 안심시켜주고 싶어, 이런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