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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하리 Oct 23. 2022

7. 창작이 하고 싶어!  

  50이 되면, 2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50이 되면 어떤 느낌일까?

  30살 때는 작은 아이를 낳고 정신이 없어 생각이 잘 안 나고, 40살 때는 영국 유학 준비하느라 바빠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50이란 나이는 조금 다른 느낌일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도 많지만) 주름은 더 많아 질 것이고, 폐경도 올 것이고, 점점 늙어가는 건 자연의 섭리니 받아들어야겠지.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아직까지는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이제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25살 처음 입사했을 때 40대 초반이셨던 내 사수님들은 퇴직하신지 벌써 여러 해 지나셨고, 나보다 6살 많은 남편도 퇴직은 5년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든다.


  퇴직 후에는 이런 삶을 살고 싶다.

  우선 절대로 지금 다니는 회사와 관계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선배님들은 동종 분야의 협력사로 자리를 옮기시고 여전히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신다, 물론 그게 가장 편하고 가장 잘 하는 일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기가 싫다. 30년 넘게 이 일을 해왔는데 이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좋아 하는 일이 무얼까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다. 유튜브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고, 만다라트 차트도 써보며 계속 찾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열정도 많으나 그에 반비례하기 끈기가 없는 나는 오늘의 생각과 내일의 생각이 다르고, 쉽게 질리고 다른 게 재미있어 보여 금방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래서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찾는 종착점은 ‘책’과 ‘글쓰기’, 그리고 ‘커피’이다. 이 세 단어만 들으면 언제나 설렌다,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 단어가 나의 미래일 것이다.


  우선, 회사 생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해외사업’업무를 기반으로 해서 나의 경험을 글로 쓰고, 그 글들을 묶어 책으로 내고,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하는 그런 업무를 하고 싶다. 사무실은 집, 집무실은 서재방인 내 집에서 말이다.

  그리고 도시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거기서 책방을 하고 싶다.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 위로가 되는 책,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고, 읽으면 웃음이 나는 책, 내가 먼저 읽어보고 남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을 모아 향긋한 커피와 포실 포실한 빵과 같이 판매하고 싶다.

  가끔씩 답답해지면 여기저기서 유목민처럼 살아보고도 싶다. 예전에 지내보았던 캐나다에서, 영국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보고 그때의 흔적도 따라가 보고 싶다. 물론 일은 거기서도 할 수 있는 글 쓰는 일을 가지고 가서 일도 하고, 추억도 쌓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좀 더 들면 한 나라를 찍어 추울 때는 거기에 가서 지내는 정말 꿈에나 그리는 그런 삶도 살고 싶다. 할머니 집이 해외라면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며느리도 얼마나 좋을까? 그 나라는 춥지 않고, 한국에서도 너무 멀지 않은 동남아면 좋겠다. 그러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가 아닐까 싶다. 발리는 어떨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나이는 정확히 46세 5개월이다. 건강상 크게 문제가 없다면 나는 아직 내 인생을 반 밖에 살지 않았다. 소설로는 아직 절정 전 단계이다. 이제 위기가 끝난 느낌이다. 절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신난다. 언젠가는 결말도 맞이하게 될 것이지만 절정의 순간을 후회 없이 즐기고 마지막 여생을 차분히 보내고 싶다.


  이런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부터 남은 반생애를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야겠다.

  우선 ‘해외사업개발’ 컨설팅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이 담긴 목차를 써서 차곡차곡 기록해 놓는 작업부터 시작해야겠다.  

  또한, 책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책을 허투루 읽지 않고 심도 있게 읽어 좋은 책 리스트를 만들고, 간단한 요약도 꾸준히 정리해야겠다.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맛있는 커피도 충분히 마시고 바리스타 공부도 하고 싶다, 이게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일인 듯하다. 제빵은 한국에 돌아가면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내가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 내 취향에 맞는 사진을 모으고, 한국에 돌아가면 비싸지 않은 전원주택 건설이 가능한 땅을 찾기 위해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다녀야겠다. 조그마한  땅이 마련된다면, 아담한 집을 우선 지을 것이다.  집이 마련된다면 지금 집에 있는 넘치는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옮겨서 다시 신혼집처럼 꾸미고 싶다. 그리고 퇴직 전에 옆에 조그만 이층집을 하나 더 지어 서점으로 꾸밀 것이다. 서점에서도 놀고 집에서도 놀아야지. 서점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해야지.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10년 후 내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지금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는 내가 되어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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