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가 안 되는 우리 아들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썩 잘 하진 못한다.
그런 이유로 딸은 한국에서 고 1을 마치고, 아들은 중 3을 마치고 인도네시아에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다니니 생각보다 적응을 잘했다.
딸의 점수는 평균 언저리였으나 IB 12학년(고 3) 때는 그 많은 과제를 하고도 11시면 샤워를 깨끗이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딸의 고 3 때 몸무게 증가를 보면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던 것 같긴 하나…)
그리고 무사히 졸업을 하고 한국학교 6개에 수시 지원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영어 특기생을 도전하였기에 토플 공부도 병행하였는데… 모든 결과는 조금씩 아쉬웠으나 그 정도의 결과도 만족하고 지금은 기도만 하고 있는 중이다.
아들은 좀 달랐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 아들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공부를 좀 하면 곧잘 성적을 받아왔다. 윤리 이런 건 못해도 과학, 수학, 영어는 잘 받아 왔기 때문에 ‘쟤는 공부를 안 해서 그래’라는 위안으로 기다려줬었다.
국제학교도 처음 가서는 조금 힘들어하더니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성적도 평균 이상을 계속 받아왔다.
처음에는 실버 어워드를 몇 번 받더니 11학년 IB부터는 골드어워드를 받아오는 게 아닌가… 거기에 11학년 성적은 정말 내가 봐도 자랑할 만한 정도로 잘 받아왔다(사실 주위 몇몇 분에게는 자랑도 했다…)
12학년 때도 이렇게만 하면 NUS나 난양공대도 지원 가능하겠다는 컨설팅사의 말을 듣고 더욱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12학년에 올라오니 과목별 시험만으로는 안되었다. Extended Essay(EE)와 IA(Internal Assesment)가 복병으로 나타났다.
영어를 누나만큼 잘하는 아이가 아니고 이 아이는 이과에 특화된 아이라 우선 글 쓰는 게 문제였다. 거기에 거저먹겠지 하고 선택한 한국어 수업이 발목을 잡았다.
거기에 EE도 한국어로 쓴다고 했는데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안 읽고, 초등 2년을 영국에 있었던 이 아이는 독해능력이 형편없었다. 아… 내 잘못이다.
8월부터 EE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독촉 메일을 두 번이나 받고, 한국어 선생님께 심각한 문자도 받았으나 아이는 아직 자기가 아웃풋을 낼 수준이 안되었다며 책만 읽고 있었다.
거기에 올인하다 보니 잘 하고 있던 물리, 화학, 수학점수도 떨어졌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9월 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IB관리 총괄 선생님과 면담을 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 아이 상태를 체크했다.
안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못 쓰는 거였다..ㅠㅠ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고 주말 8시간 동안은 옆에 붙어서 쓰는 걸 지켜봤다.
그렇게 2주 전 겨우 초안을 쓰고 튜터 선생님과 더 다듬고 있는데… 아직도 제출을 못하고 있다.
중간 텀브레이크 전 중간성적이 나왔다. 아이가 제발 보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해서 안봤다. 사실 나도 볼 자신이 없었으나 아이가 제발 보지 말라고 해서 그 핑계로 회피했다. 2학기때는 정상화로 돌려 놓겠다는 다짐만 받았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학교에서 공식 발표를 했다. 내일(22년 10월 24일) 오전 7시까지 EE 초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predic EE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predic 점수로 지원 가능한 미국 등 대학에 지원 못할 것이고, 졸업을 유예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다. 이럴 수는 없다..ㅠㅠ 얘 때문에 나는 지금 여기서 버티고 있는데 모든 게 무섭다.
나만 똥줄이 탄다.
지금도 아이가 쓴 걸 보니 2주 전 나와 쓴 글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내일 오전까지 내야 하니 얼른 쓰라고 해도 제출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며 내 속을 태운다.
도대체 시기가 중요하지 않으면 뭐가 중요한 걸까… ㅠㅠ
요즘은 이렇게 내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불안함에 숨을 쉴 수가 없다. 나도 내 마음이 힘들지만 조금 마음에 병이 있는 것 같다.
더 말하면 아이와 싸울 것 같아서 같이 있던 카페에서 나와 혼자 집에 돌아왔다.
그냥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이를 어떻게 달래서 진행을 해야 하는 걸까? 왜 저렇게 내 말은 안 들어먹을까? 나는 왜 이게 이렇게 눈물이 날 정도로 불안할까?
아들은 내 마음을 알까? 불안해서 내 뱃속이 터질 것 같다…